"회복적 정의, 진정한 화해를 이끈다"

[ 다음세대 ] 기독교교육학회 춘계학회서 '회복' 강조, "응보적 정의는 지양, 회복적 정의로 나가자"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5년 04월 06일(월) 08:51
▲ 기독교교육학회 회장 이규민 교수를 비롯한 학회원들이 춘계학회 후 한 자리에 모였다.

'회복적 정의'와 '응보적 정의'. 이 둘은 정의를 구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지향점이 같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 후자가 징벌을 통한 정의 구현이라면 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양 극단의 갈등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정의를 실천한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회복적 정의와 기독교교육, 그것도 폭력사회 속에서의 청소년 기독교교육을 접목시키기 위한 학술적 접근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이규민)는 지난 4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에서 '폭력사회와 청소년 기독교교육의 방향모색'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비판과 정죄를 통한 정의 실현을 뛰어 넘는,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주제로 주제발표한 이재영 원장(한국평화교육훈련원)은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해 사법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을 때 근복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영 원장은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학교로부터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 간의 직접해결로 내몰리게 되면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 간 분쟁으로 비화돼 사법기관의 판결에 의존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사건의 해결과정 자체가 좀 더 건강하고 교육적이라면 학교폭력으로 인한 제2의 피해나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하는데 현재와 같은 '폭력사건→가족 간 분쟁→고소ㆍ고발-사법부 판결' 고리 속에서는 선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안으로 회복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영 원장은 "한국에서도 2007년 11월 개정 소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화해권고제도'가 신설되면서 회복적 정의의 이념을 부분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면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통해 갈등을 회복하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총 14차례의 대화모임 결과 9건은 완전합의, 2건은 부분합의가 이뤄지는 성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원장은 학교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회복적 접근 방법이 일반화 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기독교사들이 '화평케하는 자'의 정체성을 갖고 학교 안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활성화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나 교육단체 내부적으로 갈등해결 능력과 조정능력을 갖추는 일인데 좋은교사와 같은 기독교교사 그룹에서 조정위원을 선발하고 전문조정 훈련을 받아 대화모임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다"면서, "또한 학교 주변의 교회들과 연계해 학교폭력 문제를 기독교적 관점과 이해에서 접근하고 상호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폭력과 분노에 대한 종교교육적 성찰'에 대해 발표한 감신대 이은경 교수는 "회복적 정의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용서하고 화해해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것을 지향한다"면서, "그동안 우리의 사법구조가 가해자에 대한 응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회복적 정의는 '피해자의 손해에 대한 보상'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요구와 권리를 문제해결의 중심에 놓는다"면서,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회복적 정의는 성서에서 말하는 약자에 대한 사랑과 자비의 실현이며, 진정한 '샬롬'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회복적 정의가 구현되는 단계를 '피해자에 대한 원상회복과 치유', '가해자 치유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치유', '공동체의 회복' 등 세가지로 설명한 이은경 교수는 "회복의 대상이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공동체 전체에 해당한다"면서, "물론 회복적 정의가 여전히 교육현장이나 사법체계의 주변에 머물러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적 정의가 우리에게 주는 통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뿐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인 방식으로 응보적 정의를 넘어 샬롬의 정의로 예수의 비폭력적인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반과 아이디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회복적 정의에 맞춘 것에 대해 기독교교육학회 회장 이규민 교수(장신대 교육대학원장)는 "한국사회가 위험사회나 위기사회라는 진단이 많은데 이처럼 폭력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인권, 구체적으로 말해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이 속한 공동체까지 보호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회복을 선택했다"면서, "실제로 정의를 실현하는 면에 있어서 기존의 응보적 정의보다는 회복적 정의가 효율적이라는 사례들이 많다. 회복적 정의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고 특히 이 개념이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과 용서, 비폭력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회복의 개념이 기독교교육 안에서도 더욱 깊이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적용 사례>

△회복적 생활교육 시범학교
남양주시의 경우 남양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한국평화교육훈련원의 도움으로 2011년 부터 '회복적 정의에 기초한 학교폭력예방 및 갈등조정 센터'를 신설하여 관내의 학교와 학부모에게 '회복적 생활교육' 강의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3개의 초중고교를 '회복적 통합시스템 학교'로 지정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회복적 생활교육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3개 학교는 학교 내에서 폭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만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의뢰하여 전문 진행자들의 도움을 받아 회복적 대화모임을 여는 기회도 갖고 있다.

△회복적 마을/도시 만들기
영국의 헐시티(Hull City)와 같이 도시의 행정, 사법, 교육의 전반적 운영방향이 회복적 정의의 가치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도시를 말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학교와 교육청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부천시가 부천지역교육청과 부천지방법원의 관심 속에 이런 회복적 도시 시도를 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란?>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는 1974년 캐나다에서 응보적, 사법적 정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와 도전으로 형사사법 분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현재는 전 세계 사법과 교육영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회복적 정의는 전통적인 사법에서 정의하는 범죄의 개념처럼 '어떤 법을 어겼기 때문에 응당 이러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응보적 관점이 아니라 범죄는 관계를 깨트린 것이고 따라서 어떻게 그 깨진 관계와 피해를 회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따라서 회복적 정의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 범죄사건으로 피해를 입을 모든 사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 '피해자-가해자 화해 모임', '신뢰 서클' 등의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