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디자인 하다"

[ NGO칼럼 ] NGO칼럼

최주호 목사
2015년 04월 01일(수) 10:45

군복무 시절 내무반 복도에 큰 액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미대 나온 선임병이 그린 거지 최귀동 할아버지 초상화였다. 초상화 밑에는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그 분은 거지 생활을 하며 얻어온 밥을 몸이 불편한 거지들에게 나누며,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았던 분이다. 그 분은 음성 꽃동네를 있게 한 분이라 할 수 있다.

희망의집에도 이런 분들이 계신다. 새벽에 나가 일한 일당으로 먹을 것을 사 오는 분들이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처 간 노숙인이 이천명에 달하지만 한 분 한 분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며칠 전, 자립하신 분이 과일을 사 들고 인사를 왔었다.  살림청 벌목반에서 일하신다고 했다. 이렇게 삶을 찾아 열심히 사는 것을 보면 필자도 힘이 생긴다. 그런데 IMF 이후 노숙인들은 국민들 기억 속에 잊혀진지 오래다. 97년 IMF때는 후원 물품이 마당에 가득 싸여 있었다. 지금은 "왜 먹고 노는 사람을 도와 주냐"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동정하던 마음도 없어진지 오래다. 어디 가서 후원 요청 하기도 힘들다.

며칠 전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연구 모임을 하는 분들이 견학을 왔다. 일본도 노숙인이 8,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시설 자료들을 찾아 98년 시설 개소부터 여러 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옛날 행사 사진과 입소자 식구들과 함께한 자료들을 보니 '힘든 시간들이 많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을 비관하여 자살한 이들도 있었다. 죽기 위해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 다리가 부러지고 이빨이 부서져 틀니를 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노숙인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지켜 왔다.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했던 예수님처럼은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살기 위해 노력했다. 희망의집은 많은 교회와 성도들 그리고 직원들이 눈물과 기도로 후원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일하심을 깨닫고 있다. 이분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희망교회는 사역하는 목사님들이 많다. 목사님들이 돌아가며 설교를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은혜를 받고 성령에 취해 신앙생활을 한다. 그런데 목사님들은 성령에 취하기 전에 니코틴에 취해 강대상에서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내려온다. 어느 주일, 필자가 설교 때 이 이야기를 했다. "우리 교회는 특별한 교회입니다. 앞에서 찬양을 크게 하면 니콘틴 냄새가 앞으로 날아와 니콘틴 냄새에 취해 꼭 성령에 취한 것 같습니다". 꼭 성경에 나오는 다니엘 같다고 했다.(다니엘10장2-3절) 강대상 앞쪽에 있는 설교자는 니콘틴에 취해 몸을 못 가눌 정도가 된다. 다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도 바울이 하나님을 만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산 것처럼 우리 노숙인 식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PC방도 끊고 이런 모든 것들을 배설물로 여기고 살았으면 좋겠다.

서커스를 보면 공중에서 외줄을 타는 사람이 균형을 잃고 밑으로 떨어질 때 밑에 있는 그물이 그를 받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희망의집이 노숙인들의 희망 그물이 되어 준지 벌써 18년. 그물도 이제는 헤지고 찢어지려고 한다. 이런 그물을 누가 다시 보수 해 줄수 있겠는가. 이 노숙인 사역을 하면서 계산하고 저울질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노숙인들을 위해 농사도 지어 보고, '희망담은 국수마을' 국수집도 운영하며 배달도 해보고, 군고구마도 팔아보고 지금은 '희망담은 휠체어 수리센터'에서 장애인 노인분들 휠체어도 고치고 있다. 이처럼 희망을 디자인 하고 있는 노숙인 아저씨들을 위해 함께 해 왔다.

노숙인을 미워하지 말고, 색 안경 끼지 말고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고 후원과 기도를 부탁드린다. 부산에는 벌써 따뜻한 봄소식이 들려온다. 희망을 디자인하는 노숙인 아저씨들 마음에도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함께 기도해주기 바란다.

최주호 목사 / 금정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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