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아래에서 부활을 살아가는 교회

[ 주필칼럼 ] 주필칼럼

이홍정 목사
2015년 04월 01일(수) 10:29

 
21세기 생명의 세기에 생명의 구원과 해방을 위해 복무하도록 부름 받은 교회는 십자가 아래에서 수난 당하는 모성성과 부활의 생명력으로 충만한 선교적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하나님을 떠나 사는 인류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 있는 자신을 새롭게 자각하고 하나님께 귀의하도록 초대하는 고향과 같은 교회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계선에 서서, '이미'와 '아직' 사이의 창조적 긴장을 유지하며, '지금 여기' 길 위의 순례자로 역사 내재적인 종말론적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선교적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온전한 일치를 이루기 위해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통전하는 성례전적 친교를 심화하며,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 하나님의 선물인 일치의 충만함으로 나아가는 교회이다. 서로 다른 역사적 문화적 상황 속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지역교회들은, 십자가와 부활의 은총의 사건이 가져온 '값비싼 친교'에 참여하는 에큐메니칼 헌신을 위해, 창조적이고 책임적이며 상호비판적인 상관성 앞에 자신들을 개방해야 한다. 지역적 상황을 지구적 현실에 연결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지구적 현실이 지역적 상황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모든 지역의 현실 속에서 공동의 증언을 위한 선교와 복음전도의 사명을 상호지원하고, 인간과 자연의 고난에 봉사하기 위한 생명디아코니아 사역에 참여해야 한다.
 
선교적 교회는 생명과 소망의 원천이신 하나님을 증언하는 구도적 공동체로서, 십자가 아래서 부활의 능력으로 순례적이며 동시에 순교적인 자기 비움의 선교를 지향한다. 선교는 구도적 순례의 여정 속에 구현되는 교회공동체의 전인적인 자기정체성의 표현이다. 선교는 구도의 길 위에 선 순례자의 삶처럼, 십자가 아래 절망과 죽임의 자리에서 소금처럼 빛처럼 향기처럼 바람처럼, 부활의 생명력으로 생명과 소망의 하나님을 증언하는 사랑과 진리의 실천이요, 의와 화평의 입맞춤이며, 치유와 화해의 과정이다. 이것은 자기 비움에 근거한 상호의존성을 토대로 자발적 가난과 단순한 삶과 수난 당하는 모성을 실천하는 순교적 증언을 포함한다.
 
오늘 이웃과 자연이 경험하는 가난과 질병과 억압과 절망과 죽음에 상관되지 않은 나의 부와 건강과 자유와 희망과 생명은 없다.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생태적 상관성을 보지 못하는 것 자체가 영적 무지요 불의이며 죄악이다. 예수그리스도의 자발적 가난과 고통과 절망과 죽음이 왜, 어떻게, 나의 부요함과 기쁨과 희망과 생명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성만찬적 사회선교적 해석은, 오늘 1대 99의 불평등한 세상에서 과연 한국교회가 지닌 부와 건강과 자유와 희망과 생명에 대한 신학적 실천적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만물의 생명의 풍성함을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복음과, 생명과 소망의 원천이신 하나님의 역사적 현존은 오늘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억압당하는 사람, 절망하는 사람,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의 삶과 본질적 상관성을 가지고 우리를 찾아오신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의 구원과 해방사역의 구성적 계기가 되는 이들의 존재가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로서의 교회와, 생명과 소망의 성례전적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선교사역의 진정성을 보증하는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십자가 아래에서 중단 없는 자기 비움의 길을 걸으며, 부활의 능력으로 죽은 자 같으나 진리 안에서 진정으로 산 자로 살아가야 한다. 절망과 죽임의 세력이 그어놓은 모든 단절의 경계를 넘어, 생명과 소망의 원천이신 하나님을 사랑과 진리로 증언하는 선교적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은 절망과 죽임의 경계들이 만들어 놓은 소외와 허무의 시공들 사이를 희망의 다리로 이어가는 진리의 소통과정이요, 부서지고 깨어진 관계들을 복원하기 위해 생명망을 짜는 치유와 화해의 과정이다.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은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죽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만 그 답을 얻을 수 있는 순례적이며 순교적인 질문이다. 치유와 화해의 생명망을 회복하고 만물의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생명살림에 대한 소망을 믿음으로 간직하고, 그 믿음을 위해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십자가 아래에서 부활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다.

이홍정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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