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기억의 부활 : 세례언약 재확인식

[ 이야기가 있는 예배 ] 이야기가 있는 예배와 목회

김명실 교수
2015년 03월 30일(월) 16:43

물 붓는 행위나 삼위일체 이름으로 선포 등은 삼가야
간혹 보이는 '세례언약갱신' 표현은 신학적으로 부적절

 

 

   
▲ 예배실 입구에 마련된 세례못으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 물을 만질 수 있도록 하였다. 물에 손을 담그며 날마다 세례언약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례성례전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끔씩 다시 세례를 받고 싶다며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오래전 일이기에 그 때의 감동이 사라졌거나, 학교나 군대에서 그 의미도 모르면서 세례를 받거나 가족의 강요로 받았기에 진정한 신앙고백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가 이미 세례는 일생에 한 번으로 유효하다는 신학적 입장을 정리하였기에, 재세례는 역사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신앙을 새롭게 하고 싶다는 회중들을 거절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세계교회, 특히 북미교회들도 이런 문제들로 오랫동안 고민해왔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목회적  고민들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제시되었는데, 바로 '세례언약 재확인식(reaffirmation of baptismal covenant)'이라는 것이다. 이미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공중예배에서 그 당시의 서약들을 재현하고, 받은 언약을 상기하는 예식이다. 이것은 세례성례전이 있을 때에 함께 실행할 수도 있고, 세례성례전이 없어도 공중예배에서 별도로 행할 수 있다. 또 전체 회중이 이 예식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고, 전체 회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리 신청한 사람들만 참여하는 방법이 있으나, 만일 이 예식을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면 전체회중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더 설득적일 것이다. 실제로 이 예식을 통해 회중들의 세례신앙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신앙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도 높아졌다고 한다. 예배참여도가 높고 공동체적인 가치도 커서 널리 확산 중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예배ㆍ예식서'의 부록에 견본예식이 들어있으니 목회자들이 형편에 맞게 다듬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세례를 받을 때 했던 서약을 재현하는 것과 그 때 받았던 주님의 언약을 기억하는 것이 이 예식의 핵심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세례와 유사한 행위로 여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하는데, 예를 들어 몸에 물을 붓는 행위나 삼위일체 이름으로 선포하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서약이 아니라, 기존의 서약을 재현하며 다시 기억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물세례와 함께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약속은 영원한 것이기에, 다시 서약하고 다시 선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간혹 보게 되는 '세례언약갱신'이라고 표현은 신학적으로 부적합하다.

한편 세례언약을 늘 상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례수가 담긴 세례반이나 세례못의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주로 예배실 입구에 놓아 예배 전에 세례언약을 기억하도록 독려하지만, 말씀을 강조하는 개혁전통은 설교단 근처에 두어 말씀을 들으며 늘 세례언약을 기억할 것을 강조한다. 주님의 부활에 함께 동참시킨다는 그 세례언약으로 부활의 아침을 더 힘차게 열어보자!

김명실 교수 / 영남신대ㆍ예배와설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