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눈물

[ 목양칼럼 ] 목양칼럼

한철완 목사
2015년 03월 30일(월) 16:38

눈물은 복받치는 감정에서 막아낼 수 없을 때 흐른다. 인생은 누구나 눈물과 함께 시작하고 눈물로 생을 마친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눈물이 난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도 우셨다. 나는 어려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그 순간 나의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눈물도 몇 번 보았다.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힘이 드셨으면 우셨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함이 평생의 짐으로 남는다.

나는 목회를 일찍 시작했다. 철없는 20대에 고향 교회에서 시작해서 1974년 4월 18일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회를 해오면서 어찌 기쁨만 남았으리요. 괴로움도 아픔도 함께 지고 갈 무거운 짐의 길이 목회 길이다. 나의 목회 과정에서도 눈물을 흘렸던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목회자는 평생을 눈물과 함께 살아야 함을 배웠다. 내 영혼의 건강을 위하여 눈물의 기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교인, 교회, 사회정의, 국가와 민족, 주님의 복음을 위하여 예레미야 선지자 같이는 못해도 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말하는 눈물은 이런 것과는 조금 동 떨어진 눈물이다.

1989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루터교 개통의 퍼스픽신학교에서 1개월간 목회 연수 기간이 있어 몇 명의 친구와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갖고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교회에 변화가 생겨 있었다. 나에게 승용차가 생긴 것이다. 당시 가격으로 2천만원 정도 되는 중대형 차였다. 사실 이보다 일 년 전에 차를 준비할 기회가 있었으나 나는 반대했다. 이유는 내가 아직 젊은 40대 초반 목사이고 시내 목사님들 중에 아직 승용차를 가진 분들이 적어서였다. 그런데 일 년 후에 차가 준비된 것이다. 감사할 일인데 감사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이 준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어 준비된 것도 아닌 그저 몇 사람의 대화 끝에 준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떤 집사가 2천만원을 십일조 했는데 재정부장이 교회 장부에 기록하지 아니하고 그 돈으로 차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회에 알리면 반대할 분이 계셔서 그냥 이렇게 준비했노라고 나에게 차 열쇠를 주며 그냥 타고 다니라고 한 것이다. 순간 나는 망설였으나 그대로 타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실수였다. 공론화 되지 아니하고 재정부장과 몇 사람만 알고 지내는 것은 하나님께 죄 짓고 교우들에게 죄 짓는 일이었다. 그때 내가 공론화 시켰어야 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이 일이 결국 입소문으로 퍼져갔고 교인들이 알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재정 부장은 세상을 떠났고 그 책임이 고스란히 내게 전가된 것이다.
누구 하나 동정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이 일에 책임을 지고 강단을 비워 줄 것을 요구하며 마치 전쟁에 승자처럼 목사를 대함을 보았다. 그 순간 인생이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81년에 개척하고 87년에 대지 300평에 건평 320평 건물을 건축하고 교인도 조금씩 모여드는 교회로 성장해 갔다. 당시 그런대로 최선을 다하는 목회자로 생각했는데 내가 안수하고 세운 당회와 직분자들의 인간됨에서 배신감을 느꼈다. 어찌 해결 방법을 목사를 내 모는 것으로 찾는단 말인가. 서러움에 눈물로 주님께 기도했다. 그리고는 승용차를 다시 팔아 그 돈을 교회로 돌리고 1년 동안 차 없이 보냈다. 그렇게 교회는 조금씩 회복돼 갔다. 이상 내 젊은 시절 부끄러움을 고백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나는 큰 잘못이 없다. 그러나 나는 공인이고 목사이다. 그때 바로 당회를 열어 추인 받았어야 했다.

오늘 목회 현장에서 수고하는 동역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처럼 절대로 법대로 하라고 말씀드린다. 괜히 은혜로 일을 처리했다가 불리하면 은혜는 없어지고 마는 것이니 인생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관례나 전통을 내세우지 말고 교회의 모든 일을 기도하면서 헌법대로 하기 바란다. 그러면 나와 같은 눈물은 흘리지 않을 것이다. 목회하면서 목사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까? 눈물 없는 세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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