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하시는 여호와 하나님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정현 목사
2015년 03월 24일(화) 15:55

필자에게 대학 시절의 기억은 찬란한 꿈과 캠퍼스의 낭만 대신 온통 치열한 생존전쟁의 추억으로 가득 남아 있다. 당시 아버님은 그 동안 다니시던 직장을 정리하고 젊은 시절의 서원을 따라 신학생이 되셨고 슬하의 오남매는 거의 같은 시기에 모두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 신분이 되었다. 수입원은 없고 다 졸업하도록 학기 마다 서로 내미는 대학 등록금 고지서에 적혀 있는 숫자는 엄청난 무게가 되어 가족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더욱이 필자는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대학생 과외금지 조치로 인해 매학기 마다 휴학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장학금을 타지 못하면 휴학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4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신대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고민은 졸업 학기에는 장학혜택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신대원 입학시험도 까다롭다고 소문나 있던 터에 설령 합격한다 하여도 입학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캄캄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형편 중에 절친이 마지막 학기의 과대표를 맡아 졸업여행을 함께 가서 진행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여행경비도 부담스러운 터에 한가하게 여행을 즐길 처지가 못 되어 망설였더니 졸업 전에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오라고 하시며 부모님이 어렵사리 경비를 마련해 주셔서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행 마치기 전날 오후 속초터미널에 친구와 함께 돌아오는 차편을 예약하기 위해 동행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고 있었고 필자는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방을 얻어 기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표를 끊는 중에 터미널 게시판을 보니 두 해가 넘게 붙어 있다가 변색되어 버린 종이에 고아원에서 보던 여섯 살 여자 아이와 비슷한 이름의 실종아동을 찾는 내용의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혹시하는 마음으로 내용을 적어와 고아원 사무실에서 부산의 연락처로 전화하고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중에 전화를 받던 실종아동의 어머니는 딸의 생존을 확인하자 벅찬 감정을 이기지 못해 기절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음 날 그 부모는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와 잃었던 딸을 데리고 내려갔다. 아동보호소에 남은 기록은 범인이 부산에서 아이를 유괴해 서울역에 데려와 전화번호를 물어 돈을 요구하려 했는데 네 살 된 아이가 아는 것이 오직 자기 이름 밖에 없자 유괴범은 남대문에 아이를 버려두고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부모는 어린 딸이 서울에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서울 이외의 전국에 있는 역과 터미널에 실종아동을 찾는 전단지를 붙였다고 하였다. 그런데 속초의 그 전단지를 보고 찾아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아이의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감사한 일과 함께 하나님께서는 신학교 입학을 위한 '장학현상금'을 받는 특별한 은혜까지 허락해 주셨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16:9)". 우리에게는 인생의 길을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신다.

김정현 목사 / 예화사전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