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선교에서도 갑과 을은 존재?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송광옥 선교사
2015년 03월 09일(월) 16:22

수년 전에 홍콩에서 여성선교사 세미나가 있었는데 당시 호신대 차종순 교수가 선교사들에게 '선교엔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그때 선교사들은 입 밖으로는 '예수', '믿음'을 외쳤다. 그러나 속으로는 '돈이요!' 했으나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은 없었다. 뜻밖에도 차 교수께서 "선교는 돈이다!" 하시자 마음을 들킨 놀람과 탄식이 터졌다.

지금 한국에선 갑과 을의 문제, 슈퍼 갑과 을의 문제가 뜨겁다.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는 선교에 있어서 갑과 을이 존재한다고 믿으시는가? 말도 안 된다,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가. 선교에서도 갑을의 관계는 존재한다. 일반적 상황을 쓰는 것이니 오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 2013년 5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선교사대회.

후원교회(후원자)와 선교사는 누가 갑이고 을인가? 선교사와 원주민과의 관계에서는 누가 갑이고 을인가? 선교사는 항상 '을'이다. 선교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갑은 을을 원하는 데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을의 상황에서 할 수 없는 일을 갑이 요구하기도 한다. 을은 안 맞으면 갑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한국과 현지 선교 상황은 갑이 원하면 마음껏 을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왜냐면 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을은 자기의 비전과 맞는 갑을 찾기가 어렵다. 만약 지금 상황에 을이 자기의 비전에 맞는 갑을 찾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그는 프로젝트 포기를 각오했거나 보따리를 싸는 중일 것이다.

그러면 왜, 이 맞지도 않는 갑과 을은 동행하고 있는가? 갈등의 시작은 세상에서도 돈이고, 선교에서도 돈이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돈은 누구 것인가? 내 것인가? 하나님 것인가? 나는 장신대 신대원에 하나님의 은혜로 입학을 했으나 기도 응답을 안 하시는 하나님께 '데모' 중이었다. 2학기 시작하는 날 예배 후 자퇴서를 제출하러 교학처에 갔더니, 장학증서 찾아 가란다. 어디 장학금이냐 하니 '무명'이란다. 무명의 후원 장학금 때문에 하나님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2학기를 어거지로 시작하여 다니던 중에 어느 날 선교학 이광순 교수께서 부르더니 'LA영락교회 장학생' 추천을 할테니 성적표와 신앙고백서를 가져오란다.

주여! 이건 또 뭔 일입니까? 교학처에 가서 성적증명서를 떼보니 1학년 1학기 성적 평점이 4.5만점에 '1.22'였다. F가 3개면 아웃인데 간신히 2개여서 퇴학은 면했으나, D가 3개였다. 아! 이걸로 어찌 장학금을 언감생심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도서실 책상 위에 널부러져 있는 책들을 가방에 넣는데 '그 돈이 내 돈이지 네 돈이냐?'라는 소리가 마음에 울렸다. 잠시 후 나는 용감하게 의자에 앉아 신앙 고백서를 썼고 교수님 얼굴을 볼 수 없어 서류를 방문에 밀어 넣고 도망쳤다.

얼마 후 장신대 게시판과 학교신문에 장학금 수혜자 명단이 나왔는데, 나는 'LA영락교회 장학금 수혜자' 명단에 있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LA영락교회 장학위원들은 회의 때 필자를 탈락 시켰는데, 회의 마침 기도 후 어떤 장학 위원 왈 "아까 그(필자) 학생 장학금 안주면 안 되겠다!"하자 이구동성으로 '나도 나도'해서 그 자리에서 십시일반 모아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장학금을 장신대로 보낸 것이었다.

맞다! 돈은 하나님의 것이다! 이 일 후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열공'하여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고 후에 박사학위도 마칠 수 있었다. 선교비는 누구 돈인가? 갑의 것인가? 을의 것인가? 누구 돈도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다!

인도네시아 송광옥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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