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존중하기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3월 04일(수) 11:03

   
 
치매를 나타내는 '디멘치아(dementia)'라는 단어는 '제 정신이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는 주로 노년기에 많이 생기며, 연령이 많아질수록 발생률이 증가하여, 65세 이후 5세 증가할 때마다 발생률이 거의 2배씩 증가한다.

치매는 건망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건망증이란 기억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생각나지 않을 뿐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은 대부분 온전하다. 또한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할 수 있으며,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 이에 비해 치매는 기억력, 지남력과 판단력 등 전반적인 장애가 있다. 치매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다소 늦추는 정도의 치료법밖에 없으며,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이슈다.

치매 증세가 심해질수록 가족들은 지치고, 부양책임을 서로 미루다 결국은 가족끼리 등지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서 치매에 걸린 가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부분 '치매'라고 단정 짓는 순간부터 환자가 하는 말을 더 이상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치매 당사자는 대부분 골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고립된 채 지내기 십상이며, 그 결과 증세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그렇다면 치매에 걸린 가족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에 대한 답을 일본 영화 '소중한 사람'의 한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시어머니의 치매증세가 심해져서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가 어려워진 며느리가 요양원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가 때마침 방문한 양로원 원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는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한 번이라도 칭찬해주신 적 있나요?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살 수가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줘야 살아갈 이유가 있는 거죠."

맞다! 치매에 걸려 엉뚱한 말과 행동을 일삼을 때 사실 가장 괴로운 사람은 당사자인데 주위 사람들은 엉뚱하고 뜬금없다면 나무라기만 한다. 주위에서 핀잔을 받을수록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불안감과 공포까지 가중되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이때 치매 환자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조차 못 알아보는 것이 치매다. 하지만  치매 어머니의 치유 과정을 글로 옮긴 책 '똥꽃'의 저자인 전유식 씨처럼 치매는 '살아온 삶에 대한 필요한 현상이요 치유 과정'이라는 시선을 갖고 '존엄성'으로 대할 때 치매 당사자와 돌보는 이 모두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기적의 꽃이 피어나리라!

주혜주 교수 / 경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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