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는 터널, 우울증

[ 주혜주 교수의 마음극장 ] 주혜주교수의 마음극장

주혜주 교수
2015년 03월 04일(수) 11:00

메릴 스트립! 이 시대 최고의 여배우인 그녀에게 처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은 '소피의 선택'이었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윌리엄 스타이런으로 퓰리처상과 같은 굵직한 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다. 그는 '보이는 어둠'이라는 작품에서 극심한 우울증의 고통 속에 빠져 있다가 극복하기까지의 경험을 세밀하게 그려냈는데, 우울증에 대해 '절망을 넘어선 절망이자 언어 너머에 있는 어둠'이라고 표현했다.

   
 
우울증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슬픔이나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울증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기운이 없고 동작이 느려지며 무기력해지고 무감각해진다. 자신과 사물에 대한 무가치감이나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고통스러운 데다가 식욕이나 수면에도 장애가 생겨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사회생활까지 위축된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고통의 심연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행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별명에 걸맞게 치료가 잘되는 질환 중 하나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80% 이상이 호전될 수 있다. 반면에 우울증을 누구나 겪는 마음의 상태로 가볍게 여긴 나머지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들이 초래되는데,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바로 자살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시야의 협착이다. 일명 '터널 시야'다. 죄어오는 우울의 고통으로 가득 찬 터널에 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고, 눈앞에 놓인 깜깜한 상태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터널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울증과 함께 힘든 삶의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간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링컨이다. 20대에 우울증이 발병하여 성인기의 절반 이상을 자살을 꿈꾸며 지냈지만, 링컨은 세계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우선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 모두 우울증을 정신병으로 여기는 나머지 숨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링컨이 오랫동안 지속된 우울증의 고통을 위대한 힘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우울증을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처절하게 노력했기 때문이다.

원인 모르게 몰려온 폭풍우가 원인 모르게 가버리듯이 끝이 없을 것 같은 우울의 고통도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믿자. 터널 속에 있으면 마치 끝이 없는 동굴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계속 걸어 나오다 보면 마침내 밖으로 이어지는 출구 앞에 서게 된다. 윌리엄 스타이런의 회고록이 "그래서 우리 빠져나왔도다, 다시 한 번 별을 보게 되었노라"라고 끝을 맺듯이!

주혜주 교수 / 경인여대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