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종소리

[ 기고 ] 독자투고

이효준 장로
2015년 03월 04일(수) 10:51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우며 은은하고 다정하게 들리는 종소리는 거의 날마다 울린다. 교회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열어준다.
 
종을 치는 분은 대게가 시골교회는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들이다. 때로는 새벽에 종을 치는 직분을 서로 하려고 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이 땅에 복음이 들어옴으로 교회와 성당에서는 맨 먼저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다.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을 흔들어 때린다. 종은 무거움을 감내하며 좌우로 흔들려, 그 흔들어 짐으로, 복음이 부딪혀 멀리 더 멀리 소망으로 찬 아름다운 희생의 노래가 많은 영혼들을 불러 깨운다.
 
그 종소리의 아픔의 희생이 오늘 날 한국의 교회를 지금까지 크게 부흥하게 했던 계기가 아닌가 싶다. 종소리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시골에는 동네마다 마을 이장이 치는 종소리로 모임이나 초가삼간에 불이나, 재앙이 닥쳤을 때 다급함에 종소리가 울렸으며, 이른 아침 두부장수의 딸랑딸랑 종소리는 요란스러워 게으름을 피우던 아이들도 일어날 지경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밤 10시~11시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으며, 새벽 4시에는 통금 해제를 위해 사이렌을 울렸다. 미리 옷을 입고 생업을 하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하던 어르신들은 사이렌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문을 박차고 나가셨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특히 종소리가 울릴 때, 사람들마다 소리의 전달이 다 다름을 볼 수가 있다. 그 종소리의 울림이 각자의 심령 깊숙이 파고드는 깊은 깨우침이 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산업화로, 정보화로, 이제는 디지털 시대로 변모해가고 있지만, 생활의 편리가 마음의 편리까지는 충족해 주지 못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쾌락주의와 향락주의, 한탕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번져가며, 현대인의 병인 스트레스, 노이로제, 그리고 심한 강박관념과 피해망상, 특히 고독으로 인한 우울증 이 모두가 새벽의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마음이 피로한 탓이 아닐까? 현대인들의 마음이 부패됨으로 교회당 종소리가 소음으로 들려지게 되고, 그 마저 울리지 못하게 민원을 넣기도 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예배 시간 30분전에 울려 퍼지는 그 종소리의 의미는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천당, 어떤 이에게는 지옥으로 들릴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회개하라'는 음성이 들릴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용서하라'는 음성으로 들릴 수 있다. 혹 자살을 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제공하며, 갖가지 핑계로 교회를 나오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시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권면하는 종소리는 주님께서 보내신 사랑의 천사가 아닐까? 시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이 부패되고 상한 탓이 아닐까?
 
어린 시절 순박하고 청순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종소리를 듣고 싶다. 종소리를 들으며 동네 꼬마들을 다 모아 여름성경학교를 가던 시절이 새삼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때 그 시절 종소리가 지금도 심령을 가난하게 만든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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