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사랑하는 마음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정현 목사
2015년 03월 02일(월) 18:25

우리 어머니는 6ㆍ25전쟁이 끝난 직후 잠실 새내(新川)에서 교편생활을 하셨다. 전쟁고아들은 넘쳐나고 경제적으로 학교에 들어가 공부하기 어려운 어린이들과 학생들로 넘쳐나던 시대였다. 폐허로 변해 버린 땅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절망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한강 다리는 이미 전쟁 중에 폭파되어 버렸고 강을 건너려면 거룻배를 노저어 건너가야 하던 시절, 매일 배를 타고 강 건너 오는 선생님에게 동네 분들은 오고가는 고생을 덜기 위해서라도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이사를 오는 것은 어떻겠는가를 조심스럽게 물어오셨다. 하지만 물을 부으면 그냥 빠져버려 농사하나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모래땅을 한 평에 5원씩 주고 사는 것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 어머니는 정중히 사양을 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전 이곳에 전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새내(新川)지역의 이름을 따서 신천역이 생긴 이후로 누구나 '신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십여 년이 지난 후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박 농사,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사는 주민들에게 외지인들이 와서 비싼 값에 땅을 사겠다는 제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비싸게 땅을 사겠다고 하는 정도를 넘어 5원씩 하던 그 땅을 100원씩에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가에 20배의 제안은 주민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목돈을 쥐어볼 수 있다고 하는 기쁨에 아낌없이 땅을 내놓고 부자가 된 뿌듯한 감격을 만끽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누가 얼마나 돈을 벌었든지 전혀 요동도 하지 않고 계신 한 분이 있었다. 바로 신천장로교회 김동진 장로님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 동네 사람들은 이렇게 돈을 쉽게 버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땅을 팔라고 여러 말로 권유하였지만 아무도 그분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다. 장로님은 "모든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되겠다고 땅을 팔고 이곳을 나가버리면 교회는 누가 지켜야 되는 것이냐"고 하면서 어떤 제안도 단호하게 물리치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후 잠실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100원씩 하던 땅이 갑자기 만원이 되고 십만원이 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그 가치가 치솟는 것이었다. 큰돈 벌어 보겠다고 일찍 땅을 팔아버린 사람들은 잠실 아파트가 건설되고 강남이 개발되면서 천지개벽할 일을 보게 되었다. 그 쓸모없는 모래땅이 황금알을 낳는 오리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이때는 이미 가슴을 치고 후회하여도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물론 지금은 수십 년이나 되는 긴 시간이 흘러버렸기에 장로님의 안부도 알지 못하고 그 자녀와 후손들의 가정이 여전히 그 교회를 출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그 자손에게 하나님께서 더 큰 복을 내려 주시는 분임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교회를 위한 사랑과 헌신은 반드시 선한 열매를 거두게 되어 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김정현 목사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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