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는 대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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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목사
2015년 02월 24일(화) 08:47

지금은 석탄사업이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호황을 누렸던 때가 있었다. 당시 강원도 탄광 지역에서 지내는 광부들에게는 근무 연차를 따라 회사에서 사택을 배정하여 주었다. 막장에서 근무한지 5,6년 이상이 되면 한 가족이 비좁게 들어가 살 수 있는 블록으로 줄 맞춰 지어진 작은 공동 주택이 처음 제공된다. 그 환경이 매우 열악해서 방은 가운데 미닫이 칸막이를 사용하여 두 칸으로 나누어 쓰는 작은 방과 집 입구에 좁은 주방의 공간이 있는 6~7평 정도 되는 벌집으로 벽에 기대어 앉으면 옆집에서 말하는 작은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연차가 십 이,삼년 정도가 되면 보통 열 세평 정도의 소규모 아파트가 배정되는데 그래도 전에 살던 주택에 비하면 많이 넓어지므로 좋은 조건으로 여겼다. 이곳에는 근무기간이 이십년이 넘는 연륜 있는 분들도 꽤 여러 가구가 살았다. 생활에 불편이 있다면 각 층 마다 따로 있는 공동 화장실 때문에 아침 마다 줄을 서야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지역에 석탄 공사에서 근무하는 간부들을 위해 새로운 아파트가 건립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문에 따르면 이십 평이 조금 넘는 규모로 설계가 되었다고 했다. 당시 분위기로 볼 때 목숨 걸고 이십년 넘게 일해도 열 세평에 살고 있던 광부들에게는 임원들과 서울에서 파견된 직원들을 위해 이런 호화(?)아파트를 제공한다고 하는 소식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특히 80년대 민주화의 강한 열풍과 함께 노조의 임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의 기세가 대단하여서 노조는 많은 광부들을 이끌고 서울까지 상경하여 이 호화스러운 간부아파트의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고 결국 회사는 그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설계는 그 규모를 축소하여 열여덟 평으로 조정되었고 재설계된 아파트는 무리없이 공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아파트 몇 개 동이 멋진 위용을 드러냈다. 그리고 직원들이 입주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절반 정도 입주를 마치자 남은 주택은 광부들 중에 오랜 경력을 가진 분들 위주로 새로 배정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로 연차가 높은 광부들이 그 대상이 되었는데 바로 노조를 이끄는 분들 거의 전부가 그곳에 입주를 하게 된 것이다. 서울까지 찾아가서 아파트 규모를 줄이도록 그렇게 반대하며 애썼는데 그 집이 바로 자신들에게 배정된 것이다. 막상 아파트에 입주해보니 아쉬운 것이 애초 설계한 대로 그냥 두었더라면 방이 하나씩은 더 나올 터인데 그 공간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사람은 잠시 후에 일어날 일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만일 그 집이 자신들이 들어가서 지낼 집인 줄 알았더라면 누가 그렇게 열심히 반대를 하였을까. 차라리 이 건물을 그대로 잘 지은 후에 이전에 지어진 낡고 작은 주택들을 더 넓고 좋게 지어달라고 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의문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사람의 열매는 항상 진실한 법이다.

김정현 목사 / 동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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