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이 꽃피는 청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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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목사
2015년 02월 09일(월) 19:54

2002년 초 담임목회를 시작할 때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당장 눈 앞을 가로막는 암담한 벽이 있었다. 그것은 교회와 '교회학교 부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였다. 한국교회 전체가 몸살처럼 앓고 있는 이 과제가 막상 내 앞에 닥쳤는데 마냥 피해 갈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연말이 되어 한 해를 평가해 보니 교회학교의 위기는 더 실감나게 드러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몇 명의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한 명도 남지 않은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청년부는 무기력하여 존재감조차 없었다. 일 년 내내 한 두 명이 모이다가 세 명이 모이면 기뻐하는 청년부를 바라보며, 꼭 교회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발전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수도권 지방 소도시의 무기력함 보다 더 절망적인 교회의 현실을 보는 듯 했다. 그래서 먼저 청년부의 실정을 알기 위해 한 해의 예산을 확인했다. 백 오십만원을 배정받았는데 기특하게도(?) 한 해가 다 지나도록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고 신년 계획은 아무 것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필자는 청년부에 현재의 열 배 예산을 세워주면 최소한 열 배는 부흥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새해에는 천오백만원을 지원해주자는 제안을 하였다.

분명 예산을 많이 세워준다고 청년부가 부흥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겠지만, 교회학교와 청년부의 절박함을 다 아는 처지라 새로 부임한 목사의 제안에 대해 당회원들과 예산위원들은 1000% 인상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 신년 교육예산에 반영하여 주었다.

청년들에게는 일본 여행을 보내줄테니 희망자는 지원하라고 하면서, 준비 모임에 잘 참여하는 지원자 전원에게 왕복 항공권을 교회에서 무상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내심 약 20명 정도의 지원을 기대하였는데 반응이 좋아 예상보다 많은 26명이 신청하였다. 이들을 위해 담당 교역자를 새로 세워 신앙지도를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떠나는 비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이 시작됐다.

지원자들은 약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에 모여 인터넷을 통해 가고 싶은 곳을 찾게 했다. 일정 중에 하루는 조별로 준비하여 동경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체험을 하게 하면서 흩어지지 않도록 훈련을 하였다. 그랬더니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여전히 청년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다음에 약속된 비전여행을 기다리면서 모임이 이어졌다. 신기한 것은 연말이 되고 보니 청년부는 열 배가 넘는 30명이 넘는 모임으로 자라 있었다. 온 교회가 한 해 동안 예배 시간마다 잊지 않고 청년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을 심었더니 푸른 희망의 새싹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6:8,9)"는 말씀처럼 하나님은 선한 것을 심고 뿌리면서 낙심하지 않는 자에게 수고의 열매를 거두는 기쁨을 주신다. 사랑을 심고 관심을 보이면 청년들도 교회를 사랑하여 모이기를 힘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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