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 인'의 딜레마

[ 김 대사의 북한 엿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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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27일(화) 16:16

김명배
전 주 브라질 대사ㆍ예수소망교회

1975년부터 35년 간 세계은행의 아프리카 전문가로 근무한 로버트 칼드리시는 그의 저서 '아프리카의 문제점:왜 외국원조가 도움이 되지 않는가?'에서 아프리카의 가난, 빈부격차, 독재자들의 부패, 권력남용 등의 원인이 장기독재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장기독재가 지속되는 한 외국원조는 빈곤퇴치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아프리카를 외국원조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고, 부패를 조장하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아프리카 스스로가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원조전략을 새로이 짤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 국방연구원의 수석 연구위원이자 북한문제 전문가인 오공단 교수는 그의 글 '외국원조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상기 칼드리시의 저서를 인용하면서 장기독재로 인한 경제파탄과 외부원조가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는 점에서 북한과 아프리카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의 상시적인 전쟁위협과 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순수 동포애적 대북지원이 군사력 증강과 핵무기 개발에 전용되어 안보위협으로 되돌아 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차단하고 북한인민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대북원조가 집행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의 비유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비유가 '선한 사마리아 인'의 비유 (누가 10:30~37)일 것이다. 무조건적 대북 퍼주기식 지원이 오히려 부패의 근원인 수령독재를 연장시키고 개혁, 개방의 인센티브를 저해하는 역 기능을 수행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아가 북 공작당국이 남남갈등을 조성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한국사회에 친북세력을 확대하고, 한미이간을 부추겨 주한미군 철수로 여론을 몰고 가는 역 공작에 대북지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로 '선한 사마리아 인'의 가슴에 못을 박는 부끄러운 행위이다. 좌경정부 10년 간 80여 억불의 소중한 국민혈세를 대북지원에 쏟아 부었지만 혜택을 입은 사람은 수령과 지배계층일 뿐,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인민은 배급대상에서 조차 제외된 채 하루하루 연명과 생존에 얽매어 여전히 지옥의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다. 북한 위정자들은 인민의 기아상태를 오히려 원조탈취 수단 내지 통치수단으로 이용하고 외부로부터의 원조를 핵무기 개발에 전용하면서 인민들이 민주화의 꿈조차 꿀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고 있다.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는 대북지원의 집행의 '투명성(transparency)'을 확보하는 데 있다. 북한당국은 미국과 중국의 원조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투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유독 동족인 우리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집단으로 남녘 동포들을 매도한다. 소위 3대 혁명역량 강화 차원에서 남한국민에게는 피를 나눈 동포애를 강조하면서 원조를 탈취하고, 북한인민에게는 적개심을 고조시키면서 '남조선 적화통일'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남 정치공작을 집요하게 전개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북지원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이유라 할 것이다.

'남조선 적화통일'은 북한정권의 존재사유이자 불변의 혁명목표이다. 무 조건적 대북지원이 지속되는 한 북한당국은 태도를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무런 제약도, 조건도 없이 순수 동포애적 차원에서 대북지원을 수행해 왔지만, 북한당국은 우리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우리의 대북지원을 오히려 남,북한 관계에서의 주도권 장악에 이용해 왔을 뿐이다.

'받는 자의 오만과 주는 자의 굴욕'이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원칙과 호혜를 바탕으로 한 대북지원을 통해 '받는 자의 감사와 주는 자의 온정'이 넘치는 민족화해의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 인'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를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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