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 논단 ]

양병희 목사
2015년 01월 27일(화) 15:56

양병희 목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ㆍ영안교회

다사다난했던 갑오년이 저물고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우리 모두는 이루고 싶은 소망과 결심을 나누게 된다. 국민들은 나라와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게 되고 성도들은 한국교회가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서 제 역할을 감당하며 새롭게 부흥기를 맞길 소망한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들은 무언가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참담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난주간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 모두가 큰 비탄에 잠겼다. 슬픔과 아픔이 정도 이상을 넘어가면, 분노가 정도 이상을 넘어가면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법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하고 인사시스템도 번번이 벽에 부딪혀 또 다른 정쟁의 구실이 되었다.

국민에게 불신을 받은 것이 어디 정부뿐이겠는가. 사회적 갈등구조를 풀어나가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국회와 정치인들이 국민의 안위는 뒷전이고 자기들 손익계산법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마저 흔들리게 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우리 사회의 고통과 눈물을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평등과 부조화를 풀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의 소명이다.

새해가 되면 비록 눈앞의 어두운 현실도 낙관하게 되고 부푼 기대와 희망을 꿈꾸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안정되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자리에서, 경제인은 경제인의 자리에서, 또 성직자는 거룩하게 구별된 자리에서 각자 최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과 굴곡진 삶을 환하게 비춰주는 날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부자를 위한 정치가 아닌 없는 자, 소외된 계층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치 도의와 경제 윤리가 실현되기를 희망해 본다.

성경은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라고 선언한다. 하지만 새해가 되었어도 세상은 여전히 무질서하고 혼돈 가운데 있다. 내 것을 더 차지해야 하고 안 뺏기려는 욕망이 전쟁의 위협과 기아, 사회적 불평등을 양산해 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대립과 반목은 다음세대의 미래를 온통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정치권의 거듭된 정쟁과 보수 진보간의 대립 갈등에 골병드는 것은 정치권이 아닌 국민이다.

2015년 새해 아침에 한국교회가 희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 더 가지려하고 남에게 절대로 안 빼앗기려 발버둥치면서 주님의 평화의 사도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지금은 모을 때가 아니라 비울 때이며, 움켜쥘 때가 아니라 내려놓을 때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가진 것을 흩어 구제하고, 겸손히 이웃을 섬길 때 한국교회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가 될 때 희망을 저버린 정치판에서 뜨거운 눈물을 보고, 또 눈물을 닦아주는 희망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다. 대기업이 소상공인과 더불어 상생하고, 교회가 이웃사회의 질고와 고통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며, 남북이 무력 대치가 아닌 대화와 평화 공존의 길로 나아가 마침내 통일의 대로를 활짝 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지난 한해를 돌이켜 생각해 보니 조금 손해 본 일로 흥분하고 억울해 했던 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작은 손해로, 또는 희생으로 누군가 행복했다면 이는 오히려 감사할 일이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감사할 것뿐이다.

새해 아침에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긍정의 힘, 어떤 역경과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가지를 펴고 두 팔 벌려 하늘을 향하여 서듯, 어떤 역경과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같은 믿음으로 우뚝 서기를 기도한다.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태산도 옮긴다(人心齊 泰山移)'고 했듯이 갈등과 반목의 낡은 옷을 벗고 화해와 사랑의 새날을 맞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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