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이상을 소망하며

[ 논단 ]

문정은 목사
2015년 01월 27일(화) 15:40

문정은 목사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신앙ㆍ선교ㆍ일치 국장


하루가 다르게 차가와지는 아침 공기와 거리 곳곳에서 울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언제나 그러했듯 우리에게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됐음을 알려준다. 지난 2014년 한 해를 돌아보면,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구나라는 말 외에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지난해 우리가 겪었던 많은 사건, 사고들을 되돌아 보면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던 물질 만능주의와 윤리의식의 부재, 그리고 그 사회를 이끌 리더십의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소중히 지켜내야 할 생명, 사랑과 정의가 돈의 권력 앞에 너무나 가벼이 무시됐음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는 한국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한국 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나 잦아진 교회들의 내분과 분쟁, 성직자들의 추문은 한국 교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어린 사무엘이 엘리 제사ㅂ장 곁에서 주님을 섬기고 있을 때였다. 그 때에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주께서 말씀해 주시는 일이 드물었고, "이상(vision)"도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삼상 3:1). 나이 많은 엘리 제사장은 무능했고, 자식을 향한 사랑으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앙이 무뎌졌다. 아버지 엘리를 대신해 성전의 제사를 주관하고, 제사장의 책임을 수행해야 할 두 아들은 하나님을 무시하고, 하나님께 드릴 제사에 소홀했고, 성전의 제물로 자신을 살찌우는데 급급했다.

성서는 이러한 시대 상황을 "하나님의 영광이 떠난" 시대로 증거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 시대, 하나님의 비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이스라엘은 그 어느 때보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아야 했다.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참패했고,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고, 하나님의 법궤를 이방 민족에게 빼앗기는 수치를 당해야 했다. 의를 쓴 쑥으로 바꾸고 공의를 땅에 던지며, 의인을 학대하며, 뇌물을 받고 가난한 자들을 억울하게 하는 세태에 지혜자가 침묵할 때, 그 시대는 악한 때로 탄식과 애통이 가득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게 된다. 엘리 제사장을 대신하여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마음과 뜻을 따라 행할 충실한 자로 사무엘을 세우셨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언제나 그와 함께 하셔서 사무엘이 한 말이 모두 그대로 이루어졌고, 온 이스라엘은 그를 예언자로, 하나님께서 세우신 선지자로 받들고 따랐다. 사무엘이 이스라엘 지도자로서 제일 먼저 행한 일은 온 이스라엘 민족을 한데 불러 모아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철저하게 참회하는 기도였다. 인간의 힘과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손을 의지할 때 이스라엘은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종교가 진정성을 잃어버리고 세속의 욕망을 떠났다고 하면서도 세상의 쾌락을 따르고, 세속적 이익을 쫓아가는 위선을 보일 때, 권력과 불의에 순응할 때 종교는 타락한다. 부패한 종교는 자연히 사회적 존경과 권위를 잃어버린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합한 모습의 신앙인인가? 정말 예수 믿는 사람인가? 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으나, 이제는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참담한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자신의 허물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철저한 회개로 다시 거듭나야 한다.

'사람은 믿는 바에 따라 기도한다(lex orandi, lex credendi)'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기도 속에 신앙의 성숙함이 드러나며, 우리의 신앙고백이 배어난다. 우리의 안녕과 평안, 부를 구하는 기도보다는 우리의 약함과 부족함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지난 해를 뒤로하고, 새로운 해를 고대하며, 하나님의 이상(vision)을 소망해 본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눈길이 언제나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심을 믿기 때문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명기 11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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