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러브레터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5년 01월 27일(화) 11:27
죽은 연인 '후지이 이츠키'를 잊지 못하는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서 이미 도로가 되어 흔적도 없는 그의 중학교 시절 주소를 발견합니다. 그녀는 그리움에 사무쳐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되는데, … 놀랍게도 답장이 옵니다. 물론 답장을 보낸 것은 죽은 후지이 군이 아니라 '후지이 이츠키'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러한 사실을 점차 알게 됩니다. 더욱이 그 후지이라는 여성은 히로코의 연인 후지이 군과 중학교 동창이었고 그가 그녀를 짝사랑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일어난 일들의 추억들과 함께 …. 도서관 봉사를 함께 맡은 두 후지이. 그러나 후지이 양은 열심히 도서 출납 업무를 하지만 후지이 군은 커튼이 휘날리는 창가에 서서 계속 책을 보며 딴 짓을 합니다. 또 도서관에 있는 대부분의 책 뒷면 도서카드엔 그의 서명 기록이 있어 그녀는 더욱 분주합니다. 그런 일들로 두 사람은 마음이 상하지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후지이 군의 '딴 짓'은 바로 도서카드 뒷면에 후지이 양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사연을 전해들은 히로코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도서카드에 쓴 이름이 정말 그의 이름일까요?" 라며 후지이 양에게 후지이 군이 당신을 사랑했었노라고 말합니다.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

장엄하게 눈이 덮힌 설원에서 히로코가 떠나간 연인 후지이에게 "오겡끼데쓰까 와따시와 겡끼데스(잘 지내시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절절하게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입니다. 제가 그 영화를 본 것은 1999년이었는데 2013년 재 개봉돼 스물일곱된 아들과 함께 다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가 생전에 아들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로 "아빠가 넘 죄가 많아서 울 애기가 이래돼 아빠가 넘 미안해. 아빠 용서해주렴. 너 없는 세상 뭐라고 말해야 되나? 답 좀 해다오" 라고 아들을 그리워 하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간 아들에게 기적같은 답장이 왔습니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 전 정말 괜찮으니까 천천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다가 오세요! 사랑해요." 어찌된 일일까요? 죽은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가 아버지의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내온 것이죠. 진짜 러브레터와 같은 일이 벌어진겁니다. .

최근 항공사 사주의 딸이 기내 서비스와 관련, 항공기를 회항시킨 사건과 백화점 주차장에서 모녀가 주차요원의 행동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무릎을 꿇리는 일, 앞 차가 끼워 주지 않았다고 그 차량을 좇아가 차량을 부수고 나이 지긋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들을 마치 하인 부리듯하는 일. 식당에서 서빙하는 종업원들에게 반말과 욕설, 심지어 성희롱까지 해대며 조금이라도 마음이 상하면 "주인 나오라고 해"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 등 일상 주변에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합니다. 이렇듯 '갑질 문화'가 횡행한 시대에 잘못 온 문자라고 무시하거나 짜증을 낼만도 하거늘 오히려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이런 '따뜻한 배려'를 만난 것은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 사람은 "아이 생각이 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도 괜찮다"면서 "전화번호를 오래오래 소중히 생각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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