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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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도 목사
2015년 01월 26일(월) 19:18

예술치료연구소 서경숙 소장은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시(詩)치료 상담을 십년 넘게 하고 있다. 수용자 대부분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어, 마음에 분노와 우울감이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두세 평 남짓한 좁은 감방에서 대여섯 명 혹은 열댓명이 함께 생활하기도 한다. 어느 날, 서 소장은 이들에게 매일 잠들기 전, '감사일기'를 적으라는 숙제를 냈다. 그러나 그들은 "감사라니요? 어떻게 이런 숙제를 해오라는 겁니까? 이곳에서 하루만 살아보세요"라며 반기를 들었다. 여차저차 시작된 감사일기운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사가 쌓이고, 그 깊이가 깊어져갔다. "바퀴벌레에게 감사한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고 찾아와 주었구나." "아침에 눈을 뜬 것, 감사한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있어 감사한다." 그들이 적은 감사내용은 우리에게 큰 감격을 안겨준다.

2013년에 3개의 도시에서 노숙자들에게 시 치료를 실시했다. 이들의 절망은 재소자들보다 더 깊다. 꿈도 희망도 없이 어둠에 주저앉아 무력감에 빠져 있는 이들이다. 이십대부터 팔십대 노인까지 매일매일 한 끼의 식사와 잠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다. 풀뿌리를 캐어 먹으면서도 자식 공부시켰는데, 자신이 왜 이렇게 떠돌아야 하는지 눈물짓는 노인의 지독한 외로움,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길거리를 떠도는 전직 사장님, 태어나면서 장애를 지닌 탓에 부모에게 버려져 그들의 얼굴도 모른 채 뿌리 없이 떠도는 사십대 노총각…. 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쓴 감사의 시에 모두들 눈물을 흘렀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과 발은 멀쩡하게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을 이불 삼고 눈과 비에 시달립니다. 이 험한 세상 나를 보듬어 주는 사회의 손길에 감사합니다." (중략)

임효주 목사는 무조건적인 감사를 일상에 적용해보았다. 그로부터 그에게 놀라운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약 2년여에 걸쳐 차도가 없던 설사가 멎기 시작했다. 오랜 비염이 치유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신경질과 과민한 반응이 어느새 잦아들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평온함을 느꼈다. 주일예배에 대한 강박감이 해소되었다. 그는 이런 감사의 경험을 토대로 감사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런 체험담을 모아 '감사, 그 놀라운 이야기들'(kmc)을 발간했다.

감사 일기(시)는 감사를 내면화시켜 삶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몸이 달라졌다. 탈모로 휑해진 머리에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고, 분노로 시멘트벽을 쳐서 늘 상처투성이 손이 기도하는 손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감사의 능력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 버림받은 곳에서 감사를 실천하는 재소자, 노숙자들의 마음과 영혼이 맑아지고 더 나아가 인생이 바뀌었다. 감사는 심리적 치유를 넘어서 더 근본적인 영성을 회복시킨다. "형제들아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할찌니 이것이 당연함은 …."(살후1:3)

장재도 목사 / 하늘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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