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과 동행하는 삶

[ NGO칼럼 ] NGO칼럼

최주호 총무
2015년 01월 22일(목) 11:51

요즘 부산은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평소보다 국제시장에는 유동인구가 세배나 늘었다고 한다. 영화 서두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전쟁을 겪으며 전국의 피난민들이 모인 곳이 부산이다. 이렇듯 부산 사람들은 삶의 한을 가슴 한 편에 묻은 채 힘들게 살아 온 분들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가슴 속에 묻은 한이나 응어리진 이런 저런 사연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게 숨겨두었던 가슴 속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진심으로 귀기울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 희망의집에서 지내고 있는 노숙인 아저씨들도 그런 분들이 많다. 제 사연도 이야기 하자면 이분들 때문에 삶의 방향을 바꿨다. 대학시절 사회복지를 전공 할 때의 일이다. 담당교수님이 "나는 장애인복지에 뼈를 묻겠다"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교수님께 "정말 장애인 복지에 뼈를 묻으실 겁니까?"라며 질문했었다. 과연 그 교수님은 그러한 길을 몸소 보이셨고, 지금도 그 길을 열심히 가고 계시다.
 
필자가 노숙인 선교를 한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난 이 시점에, 그 때 그 교수님 말씀처럼 '나는 과연 뼈를 묻고, 마음과 정성을 다해 노숙인들을 위하고 있는가? 소외된 이분들과 과연 동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성경 말씀에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3:23)는 말씀처럼 이분들에게 마음과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입소자분들에겐 아픔이 있고, 안타까움과 시련도 있다. 아쉬움, 실패, 즐거움도 물론 있다. 늘 소외되고 고난 받는 노숙인들의 벗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잘 따라 주지 않음에 한숨짓곤 한다.
 
몇 해 전, 근처 온천에서 노숙하시던 분을 일주일간 찾아다니며 설득 끝에 입소를 시킨 적이 있었다. 부인과 이혼하고 직장도 그만두면서 정신장애가 온 분이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직장도 괜찮은 곳에 다니던 멀쩡한 분이었는데 부인과의 문제가 불씨가 되어 정상적인 가정을 벗어나 노숙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국민연금 공단으로부터 아들이 이 분을 찾는다는 전화가 왔다. 그러나 연락한 아들의 연락처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르쳐 준 부분은 현재 시설에 계신 아버지 되시는 분이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초본을 발급 받으면 다른 가족들의 주소를 알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후 알려준 방법대로 초본을 떼어보니 딸과 아들이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확인된 주소로 급히 아들에게 아버지를 모시고 있으니 연락 달라고 이곳 시설 주소와 연락처를 기재하여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보낸 다음 날 바로 전화 연락이 왔으며, 며칠 뒤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서 내려왔다. 부인은 재혼을 했고 아들은 출가하여 자녀가 있었으며 아버지와 헤어진지는 36년이나 되었으나 아버지와 함께한 좋은 기억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아들은 멀리서 아버지의 얼굴만 보고 울기만 했다. 36년 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던 것 밖에, 그리고 누나도 그랬기에 아버지를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부인과 아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20만원의 방 한 칸을 얻어 주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리고 딸이 아버지 용돈이라도 부쳐 드리고 싶다고 통장 번호를 적어 가셨다.
 
거리에서 방황하며 인생의 참 의미를 찾지 못하는 분들이 아직도 참 많다. 주님의 은혜와 은총으로 자활하기를 바라며 이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돌보시며 살아가는 예장노숙인복지회 목사님들과 이하 많은 분들이 노숙인 사역을 하며 고생하고 계신데 이 글을 쓰는 게 부끄럽기 그지없다. 예장노숙인복지회 총무로서 노숙인복지회를 위해 기도와 후원으로 도움을 주는 교회와 목사님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최주호 총무 / 예장노숙인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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