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인사들

[ 고훈목사의 詩로 쓰는 목회일기 ] 목회일기

고훈 목사
2015년 01월 08일(목) 10:58

내가 받은 인사들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한글날을 맞아 필자의 반에서 표어 짓기 및 붓글씨 경시가 있었다. 필자의 집안 형편상 습자지를 살 여유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신문지에다 표어를 써 출품했다. '한글은 우리 연장, 갈고 닦아 바로 쓰자.'
 
담임선생님께서는 필자의 붓글씨와 표어를 보고 미소를 지으시며 한없이 칭찬하신 일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표어 1등은 물론 붓글씨 1등까지 수상하였다. 그런데 습자지가 아닌 신문지에 썼기에 필자의 작품 대신 습자지에 쓴 차상자의 표어가 교실벽에 붙어 전시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청년시절 결핵에 걸려 내과 의사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병든 조개가 진주를 품습니다. 깨진 동우를 동여매서 조심해 쓰면 새 동우보다 더 오래 씁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인사말이 가슴에 새겨져 어느새 70세를 바라보며 살게 했다.
 
소망이 담긴 인사는 인생의 애피타이저였고 건강은 인생의 메인 푸드였다.


몹시 심한 결례를 범했습니다

 잘한 것은 안 보이는데
 못한 것만 남아있는
 흉물뿐인 모든 지난날
 나는
 세속의 누더기를 걸치고
 감히 거룩한 곳에 섰습니다
 
 말은 많이 했는데
 마구 떠벌이다 사람의 가슴에
 못으로 박히고
 아무 말도 안했는데
 그것은
 불이익에 눈먼
 비겁한 침묵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받았으면서
 비교하다 불행의 늪에 빠지고
 소욕에 갇혀
 동굴이 돼버린 나의 지성소
 
 주님이 나를 위하여
 대신 죽어 주신 위대함 앞에
 나는 이렇게
 몹시 심한 결례를 범했습니다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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