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정치

[ 4인4색칼럼 ]

이창연 장로
2015년 01월 08일(목) 10:50

 
여론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항상 흔들거린다. 그러나 민심은 큰 파도와 같다. 얼핏 보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여론은 늘 얼굴을 드러낸다. 민심은 얼굴을 숨긴다. 여론은 늘 소리가 크다. 민심은 좀처럼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소리를 내면 천지가 진동한다. "지도자는 여론을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여론을 대변만 해서는 안 된다"고 발자크가 말했다. 그래서 무능한 지도자는 여론에 끌려 다니고, 영악한 지도자는 여론을 타고 뛰어난 지도자는 여론을 이끌어간다. 못된 지도자는 여론을 조작하면서 민심을 무시한다. 그 어느 경우에나 정치의 기틀은 민심이다.
 
여론은 조작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은 아무리 힘센 권력자도 조작 할 수 없다. 그런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정치는 어려워진다. 여론은 민심과 큰 차이가 난다. 여론은 먼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교회라고 다를 바 없다. 7년 전쟁이 끝난 1763년 프랑스 정부는 여론에 밀려 영국 해군에게 점령당했던 가드루프라는 섬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이 보다 5500배나 큰 캐나다를 영국에게 넘겨주었다. 프랑스 국민은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그것뿐 아니다. 1865년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양복점 점원 출신이었던 앤드류 존슨이 미국 17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3세 때 아버지가 죽고 14세에 양복점 점원이 되었고 18세 때 구두 수선공의 딸과 결혼했다. 존슨은 학교를 다녀보지 않아 글을 몰랐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글을 배워 처음으로 글을 깨우쳤다. 그랬던 불굴의 사나이는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미국 역사상 국가경영을 가장 잘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다음해인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 들였다. 그때 '역사상 가장 비싼 냉장고를 사 들인 바보'라고 여론의 거센 회오리에 휘말려야 했고, 모진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여론에 밀리지 않고 여론을 주도해 나갔다. 그런 결과, 여론과 민심이 그의 편이 되었다. 한국의 정치가는 민심에는 관심이 없고 여론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여론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것이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냉정하고 냉혹한 것이 여론이고 민심이다. 몇몇 주변에 손바닥이 닳을 정도로 비벼대는 여론 조성자 보다는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직언자가 필요하다. 여론은 한순간에 폭풍처럼 몰려왔다가 쓰나미처럼 할퀴고 지나간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박사님, 인간의 정신은 원자구조를 밝혀낼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왜 원자폭탄을 금지시킬 정치적 수단은 고안하지 못하는 건가요?"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간단해요.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기 때문이죠." 정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치는 규칙을 져 버리고 동료의 뒤통수를 치는 권모술수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출세한 사람에겐 '실력도 없으면서 정치를 잘해서 저 자리에 앉았다'는 비난이 따라붙기 일쑤다. 하지만 정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유리한 곳에 자리매김하고 적을 내편으로 끌어 들이며 최종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말하자면 정치는 실력의 한부분이다.

어떤 직업이든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다음엔 정치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아부를 정치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교 캐서린 K 리어든 교수는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학을 가르치는 독특한 교수이다. 그는 정치력을 키우는 여섯가지 단계와 세부지침을 제시했다. 정치적 직관력 키우기, 정치적 포석 두기, 정치적 테크닉 키우기, 설득력 키우기, 정치 권력 키우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치적 함정 피하기이다. 모든 것은 정치다.
 
그러나 신학자 H 콰이터트는 "모든 것은 정치다. 그러나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다.(Everything is Politicts, But Politics is Not Everything )"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리 크리스찬들도 새겨들을 일이다.

이창연장로/총회재정부장ㆍ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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