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약자권리' 강화법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허호익 교수
2015년 01월 05일(월) 18:08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단식투쟁을 하는 장소에 나타나 폭식시위를 벌인 소위 '일베' 회원들(www.ilbe.com)의 행동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당당하게 햄버거와 통닭을 먹으며 '생명존중 폭식투쟁'이라는 포스터를 걸어 놓았다. 일베 회원들은 이 날을 '906 광화문대첩'이라 부르며 자축했다.

세월호의 단식투쟁과 일베의 폭식투쟁

서울대 사회학과 김학준씨가 '일간베스트 게시물' 33만 개 등을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일베의 기본정서는 소수자 즉 여성, 진보ㆍ개혁 진영, 그리고 호남에 대한 조롱과 혐오와 적대감이라고 한다.

여성은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고 남자를 등쳐먹고, 진보는 제 능력으로 성공하는 대신 국가에 떼를 쓰고, 호남의 5ㆍ18 희생자 유가족은 '국가 보상으로 호의호식'하는 반면에 '한국전쟁 희생자 유가족은 폐지를 줍고 산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구도에서 세월호 유가족은 '교통사고를 가지고 과도한 보상과 특권을 요구하며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무임승차자'가 된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의 무임승차'와 '천안함 유가족의 희생'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제시하고 자신들의 폭식투쟁을 합리화 한다.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는 이러한 무임승차자들을 징벌하는 것이 '일베식 정의 구현'이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일베 회원 10명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도 하였는데, 그들은 굉장히 착하고 예의 바른 청년들이며, 시골에서 상경하여 자수성가한 경상도 출신의 아버지를 존경하며, 강자 편에 서야한다는 아버지 세대가 체득한 생존전략을 아들이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양육강식의 논리가 내면화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자신들이나 그 자녀들도 언젠가는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과 성경의 약자권리강화법

동물세계에서는 그러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어느 정도 통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그 반대이다. 약자와 소수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사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선진복지사회이다.

소아마비가 심한 후배가 지명도 높은 대학을 나온 건강하고 참한 아가씨와 결혼하였다. 모교 은사가 결혼식 주례를 했는데 장애인인 신랑이 동물세계에 태어났더라면 어른이 될 때까지 자랄 수나 있었겠느냐? 이렇게 짝을 만날 수 있었겠느냐? 이 결혼식은 인간세계에서만 가능한 사랑의 위대한 승리라는 취지의 주례사를 하여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히브리의 하나님은 부자와 강자를 택한 '바로의 하나님'이 아니고 가난한 약자인 '히브리 노예들의 하나님'이었다. 여호와 하나님은 억눌린 사람, 억울한 사람, 굶주린 사람, 옥에 갇힌 사람, 눈 먼 사람, 나그네, 고아, 과부를 도와주고 지켜 주시는 고통당하는 약자 편에 서시는 하나님인 것이 성서에 잘 드러나 있다. 따라서 구약의 율법에는 약자권리를 강화하려는 무수한 율법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런 하나님을 믿는 우리 기독교인이나 교회는 결코 강자나 기득권 편에 설 수 없다. 일베의 가치관은 존경하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는 분석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자녀들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약자 편에 서는 신앙적 삶'의 본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허호익 교수 / 대전신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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