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길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12월 31일(수) 14:12

석상오동(石上梧桐), 돌 틈에서 자란 오동나무를 뜻합니다. 돌 틈에서 자란 오동나무는 거문고와 가야금의 최상급 재료라고 합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자란 오동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때문이죠. 나무질이 무른 보통의 오동나무와는 달리 석상오동은 갖은 풍상을 겪고 자라면서 나무가 촘촘하고 단단해 깊고 맑은 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장인들은 석상오동을 베어낸 뒤 5년 동안 비바람 속에서 말린 뒤에야 비로소 거문고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이와 비슷한 공정을 거칩니다. 명품은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닌 듯 합니다.

대금의 재료로 사용하는 쌍골죽(雙骨竹)도 보통의 대나무와 달리 속살이 두텁고 단단해서 음색이 깊고 맑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쌍골죽은 병든 대나무입니다. 어느 정도 크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속만 두텁고 단단하게 채워져 똑바로 자라지 못해 휘어져 있기 때문에 불로 달구고 펴서 재료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시련을 겪으며 아프거나 상처를 입고 모진 풍상을 견딘 오동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악기가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지금 어렵고 힘들어도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구하면 쓸모없는 나무에서 빛나는 명품 악기로 쓰임받는 것처럼 빛나는 미래가 보장될 것입니다. 어쭙잖게 사자성어를 들먹였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서 멀리 내다보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얻습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데 책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것도 다 그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겠죠.

그렇다면 성경을 읽는 것은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경 속에 길이 있고 생명이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성경 속의 한 인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입니다.

'길'은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지. 이것을 안다면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먼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내 앞에 놓여진 길이 아무리 험난하고 멀지라도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가신 그 분, 지금도 나와 동행하시는 그 분.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셔서 가장 낮고 비천한 마구간 말 구유에 겸손히 몸을 누이신 아기 예수님. 목수의 아들로 고향에서 천대받고, 삼년이나 동행한 제자들마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누가 크냐"하며 다툴 때 조용히 수건을 허리에 동이시고 그들의 발을 씻기신 그 섬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거부하지 않고 "내 원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하며 십자가를 지신 그 순종과 희생. 2015년 새 해를 맞이하며 … 그분이 가신 겸손과 섬김, 순종과 자기 희생의 길을 걸어가리라 새롭게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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