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아닌 축복과 기쁨의 시간이었죠"

[ 선교 ] 아태장신대 총장 이임하는 김영태 증경총회장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12월 29일(월) 14:49
   

"처음 아태장신대 총장으로 선임됐을 때 건축현장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어요. 공사를 하다가 6개월 동안 방치가 되어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죠. 아 여기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망고 나무 아래 앉아서 기도를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곳이니까 너를 보냈지 잘 되어 있으면 너를 보냈겠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나를 통해서 일하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일을 시작했죠."
 
지난 연말 필리핀 아태장신대 총장직에서 물러나 명예총장이 된 본교단 증경총회장 김영태 목사는 필리핀 몬탈반에 건축 중이었던 아태장신대 건축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를 위와 같이 회상했다. 김 목사는 "모금을 하느라 전국 교회와 노회를 쫓아다녔는데 어떤 사람들은 총회장까지 한 분이 돈 10만원 얻으려고 다니냐는 소리를 하는 등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이 당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한국으로 들어와 교회와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호소를 시작했는데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해 놓았다가 도와주는 것 같은 기적을 많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절대적인 도움이 있었지만 현지에서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 목사는 "업체들이 외상 값을 갚지 않으면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버텨 이들을 설득하고 빚을 하나 하나 해결해야만 했다"며 "일꾼들도 맘에 안차 직접 벽독을 쌓고 전기공사에 뛰어들자 그때서야 건축 공정이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려움은 재정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마닐라에서 시골로 학교를 옮기는 것에 불만을 품은 필리핀 현지 책임자와 직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학교를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려고 재판을 건 것. 다행히 재판에서 이기자 그들은 정식학교로 인가를 받을 때도 엄청난 방해를 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학교를 안정시키고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아예 학교 기숙사로 들어와 학생들과 똑같이 먹고 마시며, 같은 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김 목사는 "많은 일들을 겪었고 환경도 열악했지만 전혀 고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30~40년 동안 목회를 하면서 평생 하나님의 은혜로 존경을 받고 살았는데 죽기 전에 무엇으로 하나님께 보답할까 고민하다가 얻은 기회라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4년간의 총장 임기를 내려놓으며 소감을 묻자 그는 "필리핀에서 사역을 잘 하려면 따갈로어 혹은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총장으로서 영어도 짧아서 교육부에 가서도 유창하게 설명을 못해 내 뜻을 잘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안타까웠다"며 "부디 아태장신대에서 배우는 학생들 중에 과거 우리 한경직 같은 분들이 나와 필리핀을 복음화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인재들이 배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총장을 마친 김 목사는 이후에도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약 3만5천명 정도로 추산되는 코피노(코리안+필리피노)의 복지와 교육을 위한 사역에 참여, 선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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