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지성소

[ 고훈목사의 詩로 쓰는 목회일기 ]

고훈 목사
2014년 12월 24일(수) 15:59

용서의 지성소
 
제일교회 종으로 섬긴 세월 36년은 내게 은혜요 기적이다.
 
목회에서 가장 힘든 일은 필자와 성도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이다. 목사의 권위로 책망하고 싶으나 시험들 것이 더 두렵고 성직의 권위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 섭섭함이 가중하게 크고 정이 떨어지니 미운 마음까지 든다. 그러나 이 마음은 사탄이 주는 마음이다.
 
나는 나의 기도실에서 일주일 용서기도를 한다. 먼저 교인이 나를 무시하도록 원인제공을 한 자신의 부족한 지도력을 내놓고 하나님께 먼저 용서해달라고 한 주간 내내 기도한다. 그 다음 내게서 섭섭한 마음과 미운 마음 생기지 않게 하나님이 그를 용서해 달라고 보통 7차례 기도한다.
 
이렇게 7번 용서기도를 하고 나면 얼음 녹듯 눈 녹듯 미움, 섭섭함, 괴로움 다 녹아내리고 사랑하는 마음, 불쌍한 마음이 생긴다. 용서하는 내 마음은 하나님의 마음이다.


첫 눈

 눈이 내린다
 섣달 첫 자락 이른 아침에
 찾아온 첫눈이다
 
 오랫동안 내 안에 잠든 사람은
   
▲ 그림 지민규/mongori@naver.com

 뜨락으로 뛰어가
 유년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다
 
 그때 우리는
 헐벗었어도 춥지 않았다
 헐벗은 그 한 사람 내 곁에 있어
 배고파도 가난하지 않았다
 배고픈 그 한사람 내 곁에 있어
 아파도 아프지 않았다
 아프고 있는 그 한사람 내 곁에 있어
 서러워도 슬프지 않았다
 눈물 흘려줄 그 한사람 내 곁에 있어
 
 그때는 그래도
 웃으며 손잡고 뜨겁게 행복했는데
 이 넉넉함 속에서
 나는 왜 울고 있는가
 그것은
 그 한사람 그립고 보고 싶어서다
 
 오늘은
 나도 저 거리의 첫눈이 되고
 추억으로 가는 길이 되어
 누군가에게 아프도록 밟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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