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된 자들의 삶 

[ NGO칼럼 ] NGO칼럼

최주호 목사
2014년 12월 22일(월) 16:33

새벽 미명에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휘영청 밝은 하늘에 달이 떠있고 별들이 달을 포진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을 저며온다. 그런데 아저씨들은 달이 중천에 떠있는 겨울 새벽에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옷깃을 여미고 쉼터를 나간다. "잘 다녀오세요. 돈 많이 벌고 오세요. 그리고 오늘은 승리하세요"하는 한마디로 일축한다. 마중을 하고 들어오는 내 마음 속에 왜 이다지도 궁색한 삶의 연속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왜 저렇게 빌어먹을까? 하다못해 공장에나 가고 농촌에 가서 일손도 도와주고 얻어 먹지"하는 말들을 쉽게 내뱉는다. 그러나 이들의 삶에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보아야 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버림받고 고아원(아동시설)에서 눈치 보면 생활하고, 시골에서 머슴살던 그들이 아닌가.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 그 삶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텃밭가꾸기 자활프로그램을 시작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결국에는 직원들의 몫으로 남는 희귀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텃밭가꾸기에 꼭 참여 하시라고 협박 아닌 협박도 해보지만 한두번 농사일에 형식적으로 참여하고는 내일 텃밭에 가자고 광고 하는 날이면 다음 날 아침에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작전을 바꾸어 사람들이 많이 있는 토요일이나 주일 예배 후에 집중적으로 농사일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실패의 연속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새벽 미명에(약 4시경 쯤) 이들은 인력시장에 나가 하루 일당을 벌려고 오늘의 일자리에 당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는 날은 막걸리 한잔에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메고 다니다 점심시간이면 쉼터로 돌아와서 오늘은 '공쳤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도 쉬지 않고 20여년 동안 나그네 된 자에게 잔소리를 한다. "규모 있는 삶을 살아라"라고. 그러나 소 귀에 경 읽기다. 뒷통수 뒷구멍소리이다. "너는 말해라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하며 '마이 웨이'를 외친다.

"그래 당신들도 나그네요, 나도 나그네인데 그냥 되는대로 삽시다. 하나님께서 여럿 살리시네요"하고 군담을 하고 뒤돌아서다가 또 한번 거듭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들이 말하지 못하는 상처받은 이웃이나 소외된 사람들을 함께 동행하는 삶으로 신앙 고백하는 것이 주님이 나에게 주신 명령이 아닐까 싶다. 또한 "지극히 보잘 것이 없고 작은 것을 향한 큰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새벽 미명에 보았던 깨끗한 달의 밝은 모습을 보았는가 너무나도 맑고 밝은 하늘에 떠 있는 저 달을. 저 달이 가슴을 후벼 파고 내 가슴에 들어오듯, 나 또한 나그네된 자들의 저 달처럼 밝기를 바라면서 주위를 감싸고 이 수많은 무수한 작은 별의 하나가 되고 싶을 분이다.

최주호 목사 / 금정희망의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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