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회의 때나 통하는 거고…"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성오 목사
2014년 12월 22일(월) 16:27

노회장으로 섬길 때 '서울서남노회 제1회 노회장 배 축구축제'가 열렸었다. 우리 노회는 9개의 시찰로 조직이 되어 있는데, 시찰 지역은 안산, 부천, 광명, 개봉동, 오류동, 신월동 방화동, 김포, 강화 등으로 범위가 넓다. 9시부터 시합을 진행하고 개회예배는 11시에 드리기로 했다. 그 시간이면 각 시찰지역에서 오는 회원들이 어느 정도 시합 장소(시화에 있는 옥구공원)에 모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회 예배 시에 노회장의 제1회 축구축제가 시작됨을 선언하는 개회선언이 있었다. 노회의 화평과 발전을 소망하면서 힘차게 개회선언을 했다.

축구시합은 9개의 시찰과 기관 목사님들을 포함하여 총 4개로 팀으로 나누어서 풀 리그전을 벌였다. 각 팀마다 3번의 게임을 치러야 했다. 매 게임당 전반 20분, 휴식 10분, 후반 20분 이렇게 진행되었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목사님 장로님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게임을 뛰면 뛸수록 피곤이 누적되어서 지친 모습들이 눈에 선했다. 다리에 쥐가 나서 운동장에서 누어서 힘들어 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였다. 그래도 아이들처럼 기뻐하면서 순전하게 뛰는 모습이 아름답다. 스포츠는 쉽게 한 마음이 되게 하는 힘이 있다. 서로 다른 시찰과 연합해서 한 팀이 되어 뛰는데도 곧 한 마음이 된다.

개회예배 전에 3게임의 시합이 끝났다. 늘 시합에는 진 팀이 있고, 이긴 팀이 있기 마련이다. 이긴 팀이 소속된 시찰회원들은 좋아했고, 진 팀들이 소속된 시찰 회원들은 아쉬워했다. 아슬아슬하게 졌기 때문이다. 진 팀에 소속된 회원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가 웃으면서 농담섞인 말을 했다. "노회장의 개회선언이 이뤄지기 전의 시합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니 무효가 아니냐? 개회선언도 안 했는데." 그러자 집행을 총괄하는 목사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회의 때나 통하는 거고 운동할 때는 그대로 진행합니다." 이 날 이 말이 내 가슴 속에 깊게 다가 왔다.

목회를 하면서, 교회와 노회를 섬기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의 모임의 장이 늘 잔치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혹 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정말 큰 하자가 아니라면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총으로 용서받고 구원받은 우리가 서로 상대방을 용납하고, 이해하고, 같은 마음을 갖고 사랑으로 받아 주는 폭 넓은 자세가 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를 따짐으로 인하여서 진정으로 하나가 될 교회와 사회가 심지어 국가까지 분열되고 서로 아픔을 주고 상처를 주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 우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땅 위에 평화를 주시기 위해 주님은 오셨다. 그 주님이 다시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절 마지막 주간이다. 서로 용납하고 이해하고 사랑으로 받아줄 때 임마누엘의 은총이 임하리라 믿는다. 이 날 나는 시편 133편 1~3절을 중심으로 "이다지도 좋을까 이렇게도 기쁠까"란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모든 모임 속에 진정한 연합이 이뤄지기를 소망하면서.

이성오 목사 / 금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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