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대와 두 임금의 비유

[ 성서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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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6일(화) 16:18

차정식 교수
한일장신대학교

망대의 비유는 간단한 건축공사의 이치를 설파한다. 망대를 세우고자 하는 자가 그걸 완공하기까지 들어갈 비용 계산을 정확하게 하지 않고 일을 벌일 경우 부족한 예산으로 기초만 놓고 공사가 중단되면 뭇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두 임금의 비유는 군사 일만 명을 가진 임금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쳐들어오는 임금과 맞서 전투를 치르는 경우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미리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청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두 비유의 공통된 메시지는 '현명한 분별과 계산'쯤 되겠다. 주어진 현실적 삶의 자리를 잘 분별하지 못한 채 함부로 무모한 일을 벌이다가는 파멸하니 신중하고 현명하게 처신하라는 교훈 말이다.

그런데 이 두 비유가 자리한 맥락은 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두 비유 앞뒤로 배치된 예수님의 말씀은 자기 소유물과 가족을 버리는 각오와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는 제자도, 나아가 소금의 맛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렇다면 위의 비유 본문에 담긴 현실적 지혜의 교훈과 자기희생적 제자도의 맥락이 잘 어울린다고 봐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나마 상통하는 주제는 목표와 가치의 우선성이다. 하나님 나라라는 우선적인 목표를 위해 비궁극적인 것들을 희생하고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망대의 완공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하여 그 목표를 이루어내려는 의욕과 결단, 행동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군사력이 약한 임금이 강한 임금과 맞붙어 싸워야 하는 현장에서도 주된 목표가 한 전투의 승리가 아니라 자기 왕국의 존속과 발전이라면 싸우지 않고도 사태를 평정하려는 결단이 중요하다. 무엇을 이루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치밀하게 분별하고 확고하게 결단하지 못한다면 결국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제자의 자격으로서도 결격 사유가 된다.

여기서 이 두 비유와 그 맥락을 아울러 종합해보면 꼼꼼한 사리분별을 위한 현명한 지혜와 생사의 다급한 갈림길에서 역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결단력이 제자도의 삶에 매우 긴요한 필수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든 것을 '은혜'로 정당화하고 많은 사안을 '믿음'으로 밀어붙이는 교회 안팎의 세태와 관행에 비추어 다소 생소한 메시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 비유의 말씀을 깨우쳐 제자들이 어리석은 숙맥이 되지 않길 바라셨다. 그들이 믿음을 내세워 계산을 포기하기보다 계산하는 믿음 또는 신실한 계산을 하길 원하셨다. 이도저도 아닌 채 어영부영하기보다 최선의 선택을 하고, 최선이 미달되는 상황에서는 차선의 결단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나가길 원하셨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자가 지녀야 할 종말론적 신앙의 요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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