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윈터벌(winterval)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주승중 목사
2014년 12월 16일(화) 15:51

지난 1998년 성탄절 즈음에 영국의 버밍험 시 위원회가 크리스마스의 명칭을 '윈터벌'로 바꾸자는 의견서를 시 정부에 제출한 적이 있었다. '윈터벌'이라는 말은 겨울(winter)과 축제(festival)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그들이 크리스마스를 '윈터벌'로 바꾸자는 것은 "최근 들어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연말과 연시의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라는 이름보다는 '윈터벌'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영국의 성공회는 "시 위원회의 발상은 세속주의의 극치"라면서 "윈터벌이라는 이름은 믿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업적인 단어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 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로 오늘날 성탄절을 제일 먼저 알리고 축하하는 곳은 교회가 아니라 백화점과 성탄절을 통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12월이 되고, 성탄절이 다가오면 백화점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을 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여기저기 세워진다. 그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낭만의 계절이 펼쳐진다.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도 이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상업적이고 세속적인 축제의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탄절은 점점 더 구세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절기로서보다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윈터벌'의 축제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성탄절은 먹고 마시고 선물주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다. 성탄절은 성육신의 절기이다. 성육신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사건이다(요 1:14). 성자 예수님은 인간의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사람의 육체를 취하시고 이 땅에 내려오셨다. 바로 여기에 성육신 사건으로서의 성탄절의 본래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성탄절은 하나님께서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보내사,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심을 감사하며 기뻐하는 구속의 절기이다.

그래서 성탄절을 위대한 교환의 절기(The Great Exchange)라고도 하는 것이다. 즉 성탄절은 신성(divinity)과 인성(humanity)의 교환, 영원성(eternity)과 순간성(temporality)의 교환, 삶(life)과 죽음(death)의 교환이 깃들어 있는 의미 있는 절기이다. 성탄절은 영원하신 하나님께서(영원성, 신성) 흙으로 지어진 유한한 존재(순간성, 인성)인 우리들에게 영원한 생명(삶)을 주기 위하여 죽으려고 태어나신 분(죽음)을 경배하는 절기인 것이다.

우리가 성탄절에 선물을 교환하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흔히 성탄절이 되면 신자들은 성탄 카드를 교환하고, 서로를 초대하고 방문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교회학교에서는 성탄축하 행사를 하면서 선물도 교환하는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하여 아이들에게 성탄선물을 준다. 그런데 왜 그런 선물교환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저 성탄절이 되면 관습적으로 그런 행사를 하면서 선물교환을 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교회에서 교인들과 아이들에게 성탄절이 위대한 교환의 절기, 즉 신성과 인성의 교환, 영원성과 순간성의 교환, 삶과 죽음의 교환이 깃들어 있는 심오한 절기임을 가르치면서, 그런 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탄절이 단순히 먹고 마시고 선물 교환하는 '윈터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육신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사 우리를 구원하신 성육신의 절기요, 위대한 교환의 절기임을 깨닫고 진심으로 '예수님을 경배'하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승중 목사 / 주안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