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초밥의 진정한 맛은?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성오 목사
2014년 12월 16일(화) 15:49

목회를 하다보면 외부에서 오시는 강사들의 식사 접대를 하는 일이 많게 된다. 그럴 때엔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중 무슨 음식이 적당한가? 또한 그 음식을 대접받는 분이 맛있어 할까? 또 격식에 맞는 음식인가? 혹시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장소도 너무 소란하면 안 좋겠지? 등등의 생각으로 신경이 쓰인다.

오래 전, 시각장애자인 부부를 초청해 간증찬양집회를 했었을 때의 일이다. 집사님 부부의 식사를 접대하면서 일식이 어떻겠느냐 하니 좋다고 한다. 그래서 교회 근처 일식집에 갔다. 무엇을 드시겠느냐고 물으니 뭐든지 괜찮겠다고 해서 '생선회 초밥이 어떻습니까?' 하니 좋아한다고 하였다. 당시 내가 회 초밥이 어떻겠느냐고 물은 까닭은 실명한 자이기에 다른 음식보다 회 초밥이 먹기에 불편이 좀 덜하겠지, 라는 생각에서였다. 자주 손님을 모시고 가는 일식당이기에 주인에게 초밥을 특별히 잘 해 달라 부탁을 했다. 주문을 해놓고서 초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마음속에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찾아들었다. 와사비를 넣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초밥의 맛을 즐길 수가 있는데 시각장애자인 이 집사님은 생선 초밥을 어떻게 먹을까? 젓가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초밥을 제대로 간장을 찍을 수 있을까? 간장에 찍다가 생선회 조각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등등의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내 나의 이런 걱정은 쉽게 풀렸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다. 아내가 되는 집사님이 초밥을 와사비가 든 간장에 찍어서 숟가락 위에 얹혀서 남편의 입에다 넣어주는 것이었다. 남편집사님은 그 초밥을 아주 맛있게 받아먹었다. 나는 여태껏 초밥을 수저로 먹는 분을 만나 보지 못했다. 그동안 쫄깃쫄깃한 감칠맛이 나는 초밥을 혀끝으로 입맛으로만 먹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초밥은 혀끝의 맛으로도, 입맛으로도 먹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섬기는 아내의 사랑의 맛으로 먹는 것임을 중년의 나이가 막 지나려는 시점에 깨달았다. 그러니 그동안 얼마나 철부지로 인생을 살아 왔던 가를 생각했다.

새삼 우리의 삶에 있어서 진실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남을 섬기면서 이해하면서 도우면서 부족한 면을 채워주면서 사는 모습은 지켜보는 자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모습인가? 특히 부부의 삶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리라. 그날 식사를 마친 후에 찬양간증집회에서 남편 집사님은 비록 나는 실명을 했으나 두 눈이 건전한 아내가 나의 두 눈, 두 팔, 두 발, 모든 것이 되어 주었기에 지금까지의 사역이 가능했음을 고백하면서 아내에게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대림절을 보내면서 서로 사랑하며 도우며 섬기는 모습이 우리의 삶속에 넘치기를 기대한다. 이 땅 위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주님은 말하셨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라."(막10:45)

이성오 목사 / 금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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