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1년 '평가와 과제' (5)다시 평가하는 부산 총회

[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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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9일(화) 17:16

"세계교회와 한국교회가 서로 바라봤던 시간"

배현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ㆍWCC 중앙위원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산총회가 개최된 지 어느 새 일 년이 지났다. 많은 내홍에도 불구하고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풍요로운 만남과 상호 도전의 계기가 됐다. 세계교회는 부산총회를 역대 총회 중에서 가장 조직적으로 운영된 총회라고 평가하며 특별히 지역교회의 활력과 환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의 섬김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WCC 한국준비위원회가 신속하게 준비해 지난 7월 WCC 중앙위원회에서 배부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백서'와 화보집으로 인해 세계교회 대표들은 다시 한 번 한국교회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총회 개최국에서 총회의 준비과정, 총회 내용과 문서들, 그리고 총회의 제반 행사, 문서, 영향력에 대한 종합적인 신학적 평가를 총괄하는 백서를 발간한 일은 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백서는 한글과 영어로 출판돼서 부산총회에 대한 관심을 지닌 국내외 독자들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세계교회는 역사적 고난과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어온 한국 사회 속에서 신앙적 버팀목의 역할을 감당하고 이제 세계선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교회의 존재감에 더욱 주목하게 됐다. 한국교회의 기도의 열정, 사회적 약자의 고난에 동참하는 예언자적 열정, 그리고 선교적 열정은 세계교회와 나누어야 할 중요한 신앙적 유산이라고 주장하는 기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WCC는 부산총회를 통해서 더욱 부각된 한반도 문제를 위하여 세계교회의 기도와 참여를 촉구하며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 WCC는 부산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초청해 지난 6월 도잔소 국제회의 30주년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는 부산총회에서 채택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의 권고안을 성심껏 이행한 후속조치이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WCC는 해방 70주년을 기념하는 2015년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국제협의회를 개최하고자 준비 중이다.

한국교회는 국적, 인종, 문화, 언어, 전통이 서로 다른 교회들이 차이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며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 함께 연합하고 연대하는 세계교회와의 만남에서 중요한 배움과 도전을 받게 됐다.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공교회적인 연합과 일치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공동의 소명'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을 겸허하게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WCC가 회의 진행에 앞서서 시대의 표징을 읽으며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 기도회(예배)와 성경공부를 매우 중요시 하는 점이나, 회의석상에서 소수자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기록하며 지속적 성찰의 계기로 삼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한 에큐메니칼 교육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됐다. 특히 한국교회는 WCC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세계교회의 협력과 연대를 이끌어 내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평화운동과 평화통일운동을 위한 신앙적 비전을 본격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평화의 일꾼들(마 5:9)'을 배출하는 평화공동체로서의 소명을 자각하며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폭력의 문화를 '평화의 문화'로 전환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부산총회를 통해서 세계교회의 축복의 도구가 되었던 한국교회가 복음의 힘으로 연합과 일치를 이루고 한반도의 생명과 평화를 위해 일함으로써, 세계교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회로 성숙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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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드렸던 예배 통해 다양성 속 일치 실현"

김명실 교수
장신대 초빙ㆍ예배설교학

 
세계 각 대륙에서 교파, 인종, 성별, 연령 등의 균형을 갖춰 구성된 WCC 예배위원회는 2010년부터 약 3년에 걸쳐 WCC 주요 문서들 속에 나타난 에큐메니칼 신학과 정신을 반영하는 예배를 준비했다. 이번 총회와 그 이후에도 다양한 예배 속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집된 '할렐루야'는 한국어를 포함한 5개 국어로 돼 있는 예배자료집으로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공동의 신앙을 표현하는 기도와 찬송 등이 담겨 있다. 개회예배와 폐회예배, 그리고 아침기도회는 이 자료집에 기초한 WCC의 전통을 보여준 예배였고, 저녁기도회는 한국의 다양한 교파들의 예배 전통들로 꾸려졌다. 모든 예배와 기도회들이 지향하는 것은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된 신앙고백이었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세계의 다양한 예배 문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특히 이번 10차 총회에서는 그 어느 총회에서보다도 더욱 다양한 예배문화가 소개됐다. 그 중에서도 총회 참석자 대부분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오리엔탈정교회의 성경읽기 방식이었는데, 예수님의 언어였던 아람어로 곡조에 맞춰 성경을 읽어 내려간 것이다. 또한 예배가 시작될 때마다 그 날의 주제에 맞는 상징물들을 가지고 입장행렬을 했던 것도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렇게 세계의 다양한 예배문화는 한국 기독교, 특히 설교 중심의 한국 개신교에 보다 넓고 새로운 시야를 전해주었다. 때로는 그 새로움이 '낯설음'으로 다가와 '틀림'으로까지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분명 이 낯설음은 한국교회의 예배 발전에 큰 축복이고 도전의 기회였다. 성화에 의존해야만 더 깊은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동방정교회와 방언으로 크게 외치며 기도해야만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오순절교회가 한 자리에서 예배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공동의 신앙고백에 기초한 같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예배와 관련하여 이 '낯설음'을 '틀림'으로 진단해 일어난 많은 오해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개회예배에서 사용했던 '재'와 징에 그려진 '용' 무늬가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었다. 개회예배 말씀이 선포되기 전에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의 각 대륙들이 겪는 고통을 하나님께 호소하는 애가(라멘트)의 기도들이 드려졌는데, 이 때 그 옆에서 재를 뒤집어쓰는 연기를 통해 기도의 내용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이것은 마치 한 쪽에서 찬양을 부르고, 그 옆에서 춤으로 찬양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된 다감각적 예배예술행위였다. 그러나 이 장면이 어떠한 번역자막 없이 생방송으로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쇼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것은 언론사가 이러한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한데서 빚어진 오해이지, 예배 내용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용의 그림도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시작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징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것이었으나, 예배 5분 전에 예배소품을 담당했던 외국인이 갑자기 국악합창단이 가져온 더 큰 징으로 바꾸어 놓았고, 그 속에 있던 용의 무늬가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작은 오해들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제10차 WCC의 예배들은 다양성 속의 일치를 가시적으로 표현해낸 훌륭한 예배들이었다. 신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서로 일치하기 어렵더라도 예배에서 만큼은 함께 만날 수 있었던 축제였다. 이렇게 다양한 세계적 예배를 경험한 한국 기독교는 이제 보다 한국적이면서도 보다 세계적인 예배문화, 예배예술, 그리고 예배신학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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