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먼저 변화되자

[ 더불어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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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9일(화) 17:10

김남교 장로
효목제일교회ㆍ전 대구동남노회 부노회장

 
조용히 내려앉는 가을 햇살에 산하를 곱게 단장했던 오색 단풍이 바람에 날리는 아품을 견디다 낙엽이 되어 떨어지더니, 이제 융단처럼 땅에 깔려 원둥치의 거름이 되겠다는 숭고한 뜻을 펼치고 있다. 자연도 아픔을 견디며 소망을 이어가고 있는 이 계절에 지난 본교단 제99회 총회를 생각해본다.

농촌이나 산촌 지역에서는 흔히 뱀의 허물을 볼 수 있다. 뱀의 허물은 그 뱀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뱀이 병들면 스스로 껍질을 벗지 못하고 자기의 껍질 속에서 자멸하게 된다. 그래서 독일의 문호 괴테는 "탈피하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라는 말로 '스스로 변화해야 살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는 변화, 혁신, 개혁이라는 말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변혁은 시대적으로 중대한 이슈이며, 이제 개인이든 기업이든 변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힘든 시대가 됐다. 물론 교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난 9월 교단 총회는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피부로 느낀 자리였고, 남성 위주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자리였다. 기존의 정책들이 비교적 심도 있게 논의된 반면,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안건들은 너무 가볍게 다뤄진 느낌이다.

여성안수가 허락된지 올해로 20년이지만 본교단 여성총대는 매년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교회 신자수의 60% 이상은 여성이다. 교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예배시간에 남성이 보이지 않는 교회도 적지 않다. 교회 성장과 부흥의 원동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여성이지만, 정작 교회의 리더들은 여성의 힘과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 교단 환경에서 여성이 장로로 피택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필자도 장로로 임직된지 14년 만에 처음으로 총대로 선출돼 교단 총회에 참석했다. 그래서 기대가 컸고, 실망도 컸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위로가 됐다면 최초로 여성 장로가 총회 서기로 선임된 일이다.

한국교회의 부흥 성장에 있어서 여성들의 기여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클 것이다. 역할에 걸맞는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희망을 품고 기도해야 한다. 여성안수 법제화를 위해 선배들이 흘렸던 간절한 눈물의 열매들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했다.

여성 총대 5%, 나아가서 10%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변화와 도전을 거듭한 종교개혁이 이제 50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개혁의 기치를 걸고 달려온 한국교회는 지금 안팎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교회의 영향력 실추는 말할 것 없고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거세지며 제2의 종교개혁까지 요구되는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이제 여성 지도자들이 교회와 교계의 변화와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교회 내에 여성 신자가 월등히 많으면서 여성 장로를 선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성 스스로가 교회 내에서 자기비하 의식을 떨쳐내고 차별의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 역행적 사고와 현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힘을 모아야 하고, 교회뿐 아니라 교계의 모든 영역에서 보조자가 아닌 주도자로서 역량을 키우며 책임 있는 리더로서 인정받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전국 130만 선교여성들이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며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큰 뜻을 펼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약한자같으나 강한자로, 지는자 같으나 이기는 자로서 오늘도 그분을 아버지라 부르며 힘을 모으자.

100회 총회에서는 여성 총대들이 더 많이 참석해 교단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헌신했으면 한다.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남녀 구별없이 한 명의 총대로서 섬김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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