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을 펴서 흔들어"

[ 목양칼럼 ] 목양칼럼

이성오 목사
2014년 12월 08일(월) 19:08

약 1년 전의 일로 기억이 된다. 강서구 교경협의회 (강서경찰서와 강서구 내의 교회들의 선교협력체)회장으로 섬겼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강서경찰서교회(경찰서 안에 있는 예배실)에서 일하는 간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장님이 갑자기 바뀌어서 새 서장님이 부임하셨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서장님이 경찰서 관내를 살펴보면서 예배실에 들려서 기도를 하셨다고 기쁘게 말했다. 믿음이 좋은 서장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경찰서 현관 앞에서 가진 성탄트리 점등예배에 참석한 후, 목사님들께 추운데 고생하신다고 말하면서 교경협의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회장으로 섬겨야 할 나에게는 서장의 이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서장으로 처음 부임을 해서 며칠 안 되었을 때 교경협의회 총회가 있었다. 총회를 마친 후에 서장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서장이 이런 설명을 하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본인이 경찰 직원들과 사진을 찍을 때 상황에 따라서 손의 모양을 달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즉 단합을 하거나 범죄에 대해서 단호한 결정을 할 때는(예컨대 주폭과의 전쟁: 술에 취해서 사회적인 범죄와 큰 물의를 일으키는 폭력행위 등을 근절시키기 위한 의지를 전쟁으로 표현함) '파이팅!(fighting!)' 하면서 오른 팔을 들고 주먹을 꽉 쥐고 찍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면 손바닥을 펴서 흔들면서 웃으면서 찍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다가가는 경찰, 친절한 경찰, 부드러운 경찰로서의 이미지를 보이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같이 손바닥을 펴서 흔들며 찍읍시다"라고 제안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바로 인화해서 나눠주었는데 사진 안에 있는 모든 분들이 손바닥을 펴서 흔들면서 찍었는데 다 웃고 있었다.

총회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오는 내 귀에 손바닥을 펴 흔들고 웃으면서 사진을 찍게 했다는 서장의 그 말이 계속 메아리쳐 들려왔다. 친절한 경찰, 부드러운 경찰로 이웃에게 다가가려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도 변화를 주면서까지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교회에게도 성도들에게도 목회자들에게도 특히 나에게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임마누엘의 은총을 기다리는 대림절 두 번째 주간이다. 삶속에 가정 속에 사회 속에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이 기간에 이 땅위의 온 교회와 성도가 좀 더 부드럽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이웃에게 다가가야 임마누엘의 은총을 체험하리라 확신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친절하고 부드럽고 미소 짓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하나님이 인간을 그렇게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손바닥을 펴서 웃으면서 찍읍시다"라고 한 서장의 말이 아직도 마음에 여운을 남기면서 성탄절의 종소리처럼 은은하게 들려온다.

이성오 목사 / 금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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