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운영과 교회 정관

[ 법창에비친교회 ] 법창에비친교회

서헌제 교수
2014년 12월 08일(월) 19:04

말씀과 은혜를 중시하는 한국교회에서 교회 운영은 의례 목사나 장로들이 하는 대로 맡겨두고 교인들은 열심히 봉사하고 헌금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하여 대부분 교회는 교회법이니 정관 같은 것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관이 없는 교회도 많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을 때 제출하는 서류의 하나로서 급조해 제출하기 일수여서 그 내용이 아주 간단하거나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히 교회 운영은 당회, 특히 담임목사의 의중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특히 교회 내 교회운영을 둘러싸고 교인들 간에 또는 교인들과 담임목사 간에 갈등이 생길 경우 정관이나 교회법이 정비돼 있지 않으면 그 해결이 쉽지 않다. 따라서 분쟁을 겪은 경험이 있는 교회나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상세한 정관을 마련하고 있다. 

교회 정관은 규모나 소속교단에 따라 그 내용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당해 교회의 교리와 신조 및 구성 원칙을 선언하는 제1장 총칙, 교인의 자격과 권리 의무를 정하는 제2장 교인, 목사와 장로, 집사 및 권사 등 교회의 직분자들을 정하는 제3장 직원, 그리고 당회, 공동의회, 제직회 등 각종 교회의 의사결정기구와 절차에 관한 제4장 회의, 교회의 재정과 회계 및 감사 절차를 정하는 제5장 재정, 교인의 징계절차를 정하는 제6장 권징 등으로 구성된다.

오늘날 교회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담임목사의 권한이 비대해 직권 남용의 우려가 커지면서 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주장에 일면 공감을 하면서도 교회는 일반 사회 단체와는 다른 믿음 공동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는 믿음 공동체인 동시에 사회법적으로는 교인들의 단체인 사단이다. 이러한 교회의 양측면을 잘 구분해야 교회의 지배 구조, 교인들 권리, 담임목사의 지위 등 교회 운영상의 중요 문제에 바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신앙적 측면에서의 교회 운영, 가령 교리의 확립이라든가, 예배 방법, 치리 등은 민주주의가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다.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리가 다스리는 곳이며 진리에 대해서는 전문적 신학훈련을 받은 성직자나 장로들이 일반교인보다는 더 가깝다. 그러므로 신앙적 측면과 관련된 교회운영 권한은 당회에 맡겨질 수밖에 없으며 그 한도 내에서 교인들의 권리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한편 교회는 세속법상으로는 교인들의 단체인 사단이며 사단으로서의 민주적 구성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민주적 교회 운영을 위해선 특정 직분자나 기관에 교회의 의사결정권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교회 기구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정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하여 믿음 공동체의 확립과 유지에 직접 관련이 없는 교회 운영이나 재정 문제는 담임목사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회가 아니라 교인들이 중심이 되는 교인 총회나 제직회에 대폭적으로 권한을 이양할 필요가 있다. 사도들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하고 구제와 교회 행정은 집사에게 맡긴 것이 교회 운영의 최고 모범이 아닌가 한다. 

서헌제 교수 / 중앙대 대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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