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 산타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곽충환 목사
2014년 11월 27일(목) 14:05

한해가 저물어 간다. 새해가 오기 전 짚고 넘어 갈 일이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라는 주님의 명령이다. 늘 마음만 있지 실천하지 못하고 매해 넘어 간다. 부담으로 남는다. 정리하고 지나가야만 개운하다.

때 마침 12월엔 성탄절도 있다. 예수님 탄생을 준비하는 대림절이 시작되면,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돈 오천 원씩을 교인들에게 나눠준다. 어떤 방식으로든 어려운 이웃과 나누어 쓰고 오라고. 교인들을 온상에서 광야로 내몬다.

하지 않으면 안 될 숙제를 받은 것처럼 고민들 한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그래서 모두 '오천 원 산타'가 된다. 수백 명 교인들이 구석구석 흩어져 그렇게 섬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필요한 재정도 자원하는 성도 천사를 통해 해결한다.

임마누엘 집은 해마다 산타의 대상이 되었다. 그곳엔 60여 명의 지적 장애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 성탄 때 꼭 받고 싶은 선물 하나씩을 신청 받는다. 그 선물을 우리 교인들이 한사람씩 맡아 준비한다. 그리고 교회로 초청해 교인들과 예배드리고, 식사 대접과 각 개인이 요청한 선물을 드린다. 그들에겐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나들이 예배이다. 함께 행복해 한다.

금년엔 한 가지를 더해 이렇게 하기로 했다. 아기 예수님은 낮은 곳으로 오셨다. 어두운 곳에 빛이 되셨다. 외로운 자들에게 벗이 되셨다. 성탄일은 그 마음을 품는 것이기에, 하여, 직접 그곳에 가서 함께 예배하는 산타가 되기로 한 것이다. 장애인 교회, 도시 개척교회, 농촌 교회, 군부대, 미자립 교회, 그리고 교인들의 고향교회로!

온 교인이 함께 예배드리기로 공고된 교회로 팀을 짜서 간다. 물론 교회에서 준비한 헌금과 팀에서 준비한 선물을 가져간다. 성탄 헌금은 전액 그 일을 위해 쓰기로 했으므로. 그리고 우리 교인들 예배는 하루 전날인 성탄 이브 수요예배 때 드린다. 그 시간에 성탄 예배도 드리고, 유아세례식도 한다. 찬양대의 세미 칸타타도 하고 성탄 절기헌금도 드린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성탄 당일엔 정해진 곳으로 흩어져서 예수님의 사랑을 나눈다. 혹 본 교회로 예배드리러 올 사람도 있을지 몰라 담임 목사는 남아서 조촐한 그러나 풍성한 예배를 드리게 된다.

그러고 보니 임마누엘집 식구들을 우리가 초청만 했지 그들이 사는 곳을 가보지 못했다. 차제에 우리도 그들의 삶의 자리로 가보게 된다.

만약 12월에 예수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이 겨울이 얼마나 더 추웠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성탄 인사를 한다. 지금은 "미리 크리스마스!" 그 날은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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