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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계 ] 여성지도자상 수상한 김영란 전 대법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11월 26일(수) 17:19

우리나라 첫 여성 대법관으로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을 발의한 전 대법관 김영란 교수(서강대)가 지난 6일 YWCA연합회가 선정한 제12회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을 받았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는 지난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 재임 당시 공무원의 부정부패와 부정청탁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에서, 청렴하고 정직한 사회 문화정착과 진정한 사회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이 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가 한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이 사회에서는 시기상조이거나 불필요한 규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이 상을 사양하는 게 옳지 않은가 생각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특히 이 상을 수상하면서 "지금까지 이 시대 소수자인 여성을 위해 내가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자신있게 내세울 것이 없다. 나는 언제나 한발짝 뒤로 물어서 있었고 숨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제부터 더욱 노력하라는 뜻으로 주신 것으로 감사하게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나아가 이 상이 계기가 되어 이 법안이 사회적 관심과 재조명을 받고 국회 통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 법조인으로서 남성중심사회인 법원에서 겪은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판사로 임명받았을 때 부장판사들은 물론 사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여성'인 나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여성 차별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보다 여성판사가 일도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산적한 업무 처리에 바빴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결혼 후 첫 아이를 유산했지만 몸을 추스리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정도였다는 그는 "점점 늘어나는 여자 후배들이 나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까봐 사적인 틈을 낼 수 없었다"면서 "여성이니까 일을 제대로 못해낸다, 의존적이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남성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노력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 최초 대법관이 되면서 여성 법조인들과 여성이기에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여성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여성법관으로서 내 역할이 엘리트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찾는데 한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적 사고와 함께 남성중심사회에서 인정받는 여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면서 "소음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이고 그것은 새로운 영혼을 만들어 낸다"는 '오리엔탈리즘'의 에드워드 사이드를 언급하며 현대적 관점에서 '젠더'를 정의내렸다.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성 역할은 이미 지났다. 닫힌 세계에서 이견 제기자로 확고히 서는 역할, 바로 그것이 젠더 관점이라 부르고 싶다"는 김 교수는 "점점 소통이 어려워지는 우리 사회에서 이견을 가진 사람들도 훌륭한 소통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것, 바로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젠더 관점의 현재적인 역할"이라면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또한 이러한 젠더 관점을 보다 발전시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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