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놀라운 '사랑과 용서'가 찾아온다

[ 문화 ] 고 손양원 목사 일대기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개봉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11월 26일(수) 17:05
   
 

목숨 보다 귀한 '내 새끼'가 죽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 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이 나게 하셨으니 하나님께 감사하다"면서 9가지 감사기도를 드렸다. 하나도 아닌 둘을 잃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 새끼'를 총살한 원수까지 회개시키고 양자로 삼으셨다. 하지만 그 아버지도 캄캄한 밤 두 아들이 남긴 유품을 끌어안고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6세 어린 딸은 "제발 이러지 말라"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예수를 믿지 않는거냐"면서 울부짖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원수를 사랑하라 하셨다"는 말씀만으로 두 오빠를 죽인 원수를 아들 삼으셨다.

그뿐이랴. 하늘이 내린 질병으로 불리며 '저주받은 사람'으로  살아야  했던 한센병 환자. 평생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내며 "나도 당신들과 같은 병에 걸려 같은 고통을 당하고 싶다"고 고백했다던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고 손양원 목사다.

지난 20일 고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 개봉됐다. 영화는 두 아들 동인 동신을 총살했지만 사랑으로 품었던 양자 안재선 씨의 아들 안경선 목사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던 중 자신을 '작은 아버지'라고 소개하며 건네받은 책 한권에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됐고 아버지를 원망했다고 했다. 방황하고 자책하며 돌고 돌아온 길, 지금은 목회자로 서 있지만 "손양원 목사는 누구인가. 이렇게 묻는 나는 또 누구인가? 나에게는 왜 그런 사랑이 없는 것인다?"라고 자문하며 고 손 목사의 발자취를 따라나선다.

이미 지난해 12월 KBS TV 다큐멘터리 '죽음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으로 방영돼 8%가 넘는 이례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고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는 영화에서 러닝타임이 두배나 길어지면서 더 풍성한 영상기법으로 감동을 더했다.
   
 

애니메이션이나 재현을 통해 상황을 재구성했으며, 샌드아트 애니메이션 장면을 추가해 다소 밋밋한 다큐멘터리의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한국에 온 미국 선교사들이 애양원을 설립한 과정과 그들이 의료봉사를 하며 만난 손양원 목사에 관한 증언들이 새롭게 추가됐다. 무엇보다 내레이션으로 배우 강석우 이광기 최강희를 비롯해 KBS 아나운서 배창복, 소설가 이철환 씨가 참여해 듣는 즐거움도 더했다.

연출가 권혁만 감독은 "영화는 한 종교인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결코 종교영화로 한정되지 않는다"면서 "주인공 손양원 목사는 종교를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인 사랑과 용서를 몸소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가 보여준 사랑과 용서 위로는 지금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것"라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한센인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고 손양원 목사의 삶, 그리고 가족을 죽인 원수, 그것도 생명보다 귀한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예수의 마음으로 품었던 성자 고 손양원 목사의 삶에 관객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상대에 대한 관용도 용서도 배려도 없는 지금의 삭막한 세상 속에서, 안정되고 평안한 삶을 포기한채 희생 속에서 천국을 만나고 고통 속에서 평안을 찾아냈던 고 손양원 목사의 삶이 이해되지 않는다 해도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고 손양원 목사를 그립게 하고 보고싶게 한다.

손양원 목사는 1902년 독립운동가 손종일 장로의 장남으로 태어나 1950년까지 짧은 생을 살았다. 중학생이던 일제 강점기 시절 "하나님 외에 섬길 신은 없다"며 신사 참배를 반대하다 5년간 옥고를 치렀으며 1948년 여순사건 때에는 좌익군에 의해 두 아들을 잃었다.

그는 그 원수를 용서했을 뿐 아니라 도리어 그를 양아들로 삼아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던 말씀을 실천했다. 한국전쟁의 포성이 가까워지는 중에도 함께 한 한센 환자들을 두고 피난할 수 없다며 애양원을 지키다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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