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처럼 빛나는 섬김의 본 되신 목사님

[ 기고 ] 故 방지일 목사님을 추모하며

고일록 장로
2014년 11월 26일(수) 10:51

7년 전인 2007년 10월 하순으로 기억한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후원과 한국외항선교회 주관으로 방 목사를 위시한 중진 목사 몇 명과 함께 기독교 사적지(史蹟地)를 탐방하는 1박2일의 단기여행길에 함께 했다.
 
방 목사님은 평북 신천의 신성학교 제21회 졸업생으로 32회 졸업생인 필자의 모교 대선배가 된다. 간혹 모임 등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 "오, 우리 신성후배 고장로, 잘 있었소?"라고 반겨주었다. 방 목사님은 나이로도 12년이나 연장인데도 불구하고 만나면 반가워하면서 결코 하대하지 않았다.
 
여행의 첫 날 밤은 수안보파크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방 목사님이 필자를 사랑하시는 것을 보고 하룻밤 잘 모시라는 뜻이었는지, 주최측은 방 목사님과 필자를 한방에서 쉬도록 배치했다. 가족호텔이라 그랬던지 호텔방에는 더블침대 하나와 어린이용 침대 하나가 있었다. 방 목사님이 먼저 욕실에서 씻고 나왔고 필자가 욕실에 들어가 얼굴을 씻고 나오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 목사님께서 작은 아동 침대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질겁을 하면서 "큰 침대로 옮겨 누우시라"고 아무리 사정을 하여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울고 싶은 심정으로 애원을 해도 응하지 않으면서 "나는 밤에 소변을 보려고 자주 일어나야 하니 화장실 옆이 편해"라면서 그냥 누워 있는 것이었다. 그날 밤 하는 수 없이 필자가 큰 침대에서 자야 했지만, 너무도 송구스럽고 마음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허리를 펴고 눕지를 못하고 침대 모서리에 허리를 구부리고 죄인처럼 선잠을 자야 했다.
 
퍼뜩 깨어보니, 방 목사님께서는 벌써 깨어나 있었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얼굴을 씻고 나오니, 그 사이 목사님은 호텔에서 가져온 과일을 손수 깎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황송하여 정말 몸도 마음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던 기억이 새롭고 지금도 그 때의 일을 보석처럼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처럼 방 목사님은 겸손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고일록 장로/ 인천 제삼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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