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을 풀어주소서!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daum.net
2014년 11월 26일(수) 10:35

   
 
카트(감독: 부지영, 드라마, 12세, 2014)
 
"객이나 고아나 과부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지니라."(신 27:19) "사람의 송사를 억울하게 하는 것은 다 주께서 기쁘게 보시는 것이 아니로다."(애 3:36)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허구적으로 재현한 영화다. 영화적(연출과 배우들의 연기)으로 보나 영화가 구현해내려는 의미(억울함)와 관련해 보아도 흠을 찾아내기 쉽지 않을 정도로 공감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소설과 영화 '도가니'에 대한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소설이나 신문기사는 공감을 일으키는 정도에서 영화에 미치지 못한다. 영화를 통해 사건을 현재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비슷한 사건에 대한 공감을 위해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부지영 감독은 사건의 객관적인 재현에 치중하면서도 억울함의 정서를 공감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편의점에서 혹은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겪는 억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억울함 때문에 겪는 마음고생, 그리고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생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굴복할 수밖에 없는 가슴을 찢는 현실도 담았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억울함이 대물림되지 않기 위해 결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 결국 원하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용기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순전히 허구였다면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 삶의 용기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생계를 위해 억울함을 참아내며 살아야 하는 현실이야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문제는 회사사정을 핑계로 비정규직과의 계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기하는 회사측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운영방식이다. 더구나 문제가 된 회사는 기독교인 경영으로 교계에 꽤나 많이 알려진 터였다. 기독교 윤리경영을 무색게 하는 경영방식 때문에 안티 기독교 세력을 양산해 내기도 했다.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외치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한 것은 회사나 국가만이 아니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당한 계약파기를 호소하며 불매운동을 벌일 때, 사람들은 자기들의 정당한 쇼핑 행위가 방해받는다고 생각하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남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권리만을 생각하는 것은 성숙지 못한 민주시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현실의 한 단면으로 인정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억울함은 일상의 정서가 되었다. 진실보도를 포기한 방송과 신문을 일찍부터 포기한 터라 필자는 세상에 대한 소식을 주로 인터넷 방송과 SNS를 통해 접하는데, 나라 곳곳에서 억울함 때문에 흐느끼는 사람들을 보고 또 듣는다. 그들은 대체로 비정규직 노동자, 구타 피해 군인, 시간강사, 여성과 아이들, 장애인, 해외이주민, 탈북자 등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과 그들의 억울함은 미디어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핫 이슈에만 반응하는 위정자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들마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심히 염려가 된다. 더욱 안타깝고 또 분노할 일은 교회가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도 교회마저 억울함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상이 희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자처하면서도 그렇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있고 또 말해야 한다. 하나님은 억울함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이것을 믿는다면,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마음이 우리의 현실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하나님이 싫어하시기 때문에, 교회는 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카트'는 충분히 공공신학적인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단지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영화로만 보지 말고 약자들의 억울함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감상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공감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내용의 영화를 본다 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과 교회가 억울한 사람들의 외침에 관심을 두지 못한 이유는 그들의 현실을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자기 일도 버거운데 다른 사람의 일에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지 않고 또 실제로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대한 소식을 접해도 공감하지 못한다. 나와 상관없는 일일 뿐이다.

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삭막해진다. 관심조차 없는 사람에게 공감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무리다. 이런 까닭에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교회가 노력하는 것도 억울함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최성수 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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