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3년 1개월'의 시작

[ 포토뉴스 ] "교회협 총회,'5가 마피아' 견고한 실체 보여줬다" 평가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11월 24일(월) 18:33

   
▲ 지난 24일 열린 교회협 총회에서는 총무선임의 과정을 법대로 진행하자는 본교단의 주장이 묻힌 채 진행됐다. 사진은 총무 선출을 위해 투표중인 교회협 실행위원들.
지난 24일 열린 교회협 총회에서 본교단 총대들은 시종 "총회에선 실행위원회에서 제청된 분을 가부의견을 물어 결정할 수 없고 총회에 제청된 뒤에는 똑같은 선거절차를 거쳐서 선출해야 한다"면서, "특히 재적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회에서 총무 후보를 투표로 선출한 관례가 없다"며 투표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본교단 기획국장 변창배 목사는 "과거 김동완 총무도 연임 때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임된 바 있다"면서 투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투표는 물론이고 '재적 과반 득표'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본교단을 향한 책임론만 고조되자 정영택 총회장은 "우리 교단의 주장은 총무 선임의 전 과정을 살펴서 법대로 하자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우리 교단의 몽니'라고만 하시니까 우리는 투표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모든 책임이 우리 교단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퇴장했다.

회장은 즉시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회원교단 대표들은 본교단 이홍정 사무총장을 설득하며 총대들의 복귀를 요청했지만 이미 정영택 총회장 등 임원들과 총대 대부분은 총회 본부로 복귀해 교회협 회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투표는 재석 과반을 기준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됐고 김영주 총무가 최종 당선됐다. 이날 당선소감을 발표하지 않은 김영주 총무는 2017년 12월까지 3년 1개월 동안 총무 임기를 수행하게 됐다.

총무 선출 과정은 그야말로 길고 지루했으며, 에큐메니칼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시간이었다. 그 누구도 김영주 총무가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교회협 총무 선거를 둘러싸고 야기된 수 많은 논란들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김영주 총무 스스로 권오성 전 총무와의 경선 과정에서 "난 정년 때문에 한 차례만 할 수 있다. 도와달라"고 여러차례 약속했던 점, 또한 실제로 정년이 11개월이나 모자라는 부분 등이 김 총무의 재선에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명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김영주 총무는 교회협 역사상 처음으로 수많은 결격사유들을 잠재하고 총무에 재선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번 선거는 시종 7대 2의 구도로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교회협의 가장 오랜 회원인 본교단과 교회협에 가입한 지 이제 3년이 된 루터교회가 김영주 총무의 재선을 반대했다. 반면 김영주 총무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비롯한 나머지 7개 회원교단이 김 총무 지지 입장을 줄곧 유지해 왔다. 일각에서는 '반예장 정서'(본교단에 반감이 있다는 표현)가 7개 교단을 규합한 동인이라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에큐메니칼 운동의 오랜 병폐인 '종로5가 마피아'의 견고한 실체를 보여 준 사건"이란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교단의 정체성 중 한 축을 에큐메니칼 운동에 두고 있는 본교단이 이번 총무 선출 과정에서 야기된 각종 문제들을 딛고 '에큐메니칼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겠냐는 과제가 남았다.
장창일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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