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되는 애기봉 성탄트리 공방

[ 교계 ] 때론 대북 선전용, 때론 연등 다는 탑 … 주민들 "살려달라" 호소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11월 24일(월) 18:31

'청와대발 애기봉 성탄트리 재점등' 문제가 찬반 양론으로 양분되면서 연말 기독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04년에 남북 군사당국의 공식합의를 통해 사실상 중단됐다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인 2010년과 2011년 간헐적으로 점등됐던 애기봉 십자탑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 달 16일 해병대가 1971년 태극기 게양대로 설치됐던 애기봉 십자탑을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한 뒤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이를 보고 받은 대통령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부터.

그뒤 국방부는 부랴부랴 철거된 십자탑 옆에 기존 탑보다 24m 높은 54m의 새로운 전망대를 공사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성탄트리 재점등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

이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가장 먼저 애기봉 십자탑 재건에 나선 곳은 다름아닌 한국기독교총연합회였다. 한기총은 철거와 대통령의 이견이 있은 직후인 10월 20일 국방부에 애기봉에 임시 십자탑을 만들어 점등식을 하도록 해 달라고 공식요청했고 12월 10일 오후 5시로 시간까지 못박았다.

현재 애기봉 십자탑 재건 움직임은 한기총에 대한 교계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별도의 사단법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이 일이 범교단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애기봉 십자탑에 대한 반대 여론도 비등하다. 이달 14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기봉 십자탑 재건립은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한 생각이며, 호전적 기독교라는 모습으로 결국 선교에 방해되는 반 신앙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계 진보그룹이 애기봉 십자탑을 반대하는 큰 이유는 이 십자탑이 본질적으로 성탄 트리가 아니고 애초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이들은 "하나의 탑을 가지고 석탄일에는 연등탑이라고 부르고, 성탄일에는 성탄 트리라고 부르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종교를 활용한 군사적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애기봉 인근 마을인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와 조강리 주민들은 십자탑 점등이 반가울 리 없다. 애기봉 인근에서 18년째 목회하고 있는 이적 목사는 "2004년에 남북이 모두 심리전을 중단한다고 했을 때 마을 잔치를 했을 정도로 기뻤다"면서, "하지만 또 다시 애기봉에 대북 선전탑을 세우고 불을 밝힌다는 말은 듣고 교인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큰 공포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한기총이야 잠깐 와서 행사하고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이 지역에 사는 우리들은 늘 공포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대북전단을 뿌리는 풍선을 향해 북한이 총격을 가한 것만 봐도 애기봉 십자탑은 북의 도발을 자극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두려움이 무척 크다. 이곳 주민들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장창일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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