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시대에 인간 생존의 비밀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sscc1963@daum.net
2014년 11월 19일(수) 13:31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SF, 12세, 2014) 

   
 

사랑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텔링이 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번 작품은 매우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장르적으로는 기존의 SF영화에 비해 특별하지 않으나, 영화 내용에 담겨 있는 문제의식과 소재에서 압도적인 인상을 준다.
 
'인터스텔라' 제작에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킵슨 박사가 1988년에 제기한 이론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는데, 킵슨 박사는 웜홀(벌레 먹은 구멍)을 통한 시간여행, 특히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하고, 블랙홀 내부에서 시공간 개념은 뉴튼 물리학의 시공간 개념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킵슨 박사 이론의 모형을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구현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인데, 영화적인 상상력의 실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킵슨 박사의 이론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기독교적인 관심이 촉발되는 까닭은 놀란 감독이 대답하려는 질문이 종말론적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곧 마지막 시대의 재앙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종말이 임박해 있을 때, 인간은 무엇을 근거로 소망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놀란 감독은 다소 소박할 정도로 사랑을 제시한다. 그래서 초반부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로 여겨진다.
 
그런데 상황이 악화되어 가족의 사랑조차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을 때, 바로 이런 때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게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가 가족 이야기로 진행되는 초반부에 비해 뒤로 가면서 더욱 과학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개된 까닭은 가족 사랑의 한계를 넘어 보편적인 해결책을 추구할 필요성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서로에 대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기대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때라고 해서 현실을 과거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인류의 멸망이 명약관화할 때, 바로 이 순간에 킵슨 박사의 웜홀을 통한 시간 여행과 블랙홀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의 특별 현상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한다. 만일 미래가 과거로 돌아가 현재에 나타나고, 현재가 미래와 만날 수 있다면, 미래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얻어 문제 해결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단서로 킵슨 박사의 이론에 착안한 놀란 감독은 실제적으로는 구체적인 모형이 불가능하나, 영화적인 상상력을 사용하여 현실의 한계를 넘어 이론의 현실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록 영화적인 표현은 이론만큼이나 논란이 적지 않겠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론의 현실가능성을 주장하는 데에 있지 않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다. 감독은 오히려 종말론적인 현실에서 작용하는 사랑의 의미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사랑은 합리적으로 더 이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효하게 작용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대표한다. 곧 합리적으로 더 이상 돌파구를 파악할 수 없을 때, 사랑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행동과 생존본능을 촉발하는 동기가 되고 또한 문제 해결의 단서로 작용한다. 이것은 브랜드 박사와 머피의 경우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 남자에 대한 브랜드 박사의 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머피의 사랑은 보이지 않고 또 계산되지 않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인지하도록 하는 능력으로 작용한다.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중요한 이론을 발견하는 머피의 '유레카'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의 약속에 대한 확신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실제로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면 갈수록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많아 양자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서로 연결하려는 시도들이 있을 정도인데, 영화를 보면 그런 시도에 공감할만한 이유를 발견한다.
 
예컨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비롯하는 것일까? 마치 미래를 보는 듯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서를 얻는 일들은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인간의 뇌라는 것은 입력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입력되지 않은 미래의 일들에 대한 생각이 가능한 것일까? 이런 질문들은 현재가 미래와 맞닿아 있지 않으면, 그리고 미래가 현재에 나타나는 방식을 인지할 수 없다면 도무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나님은 미래의 하나님으로서 현재 우리와 함께 계신다. 미래를 알려면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임재가 가장 두드러진 순간은 예배의 순간이다. 예배 가운데 하나님을 만난다면, 미래가 현재와 공존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와 지식의 근본이라는 말씀은 진리가 된다. 또한 하나님은 인간이 마지막 순간에 소망해야 할 대상이다.

최성수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