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한 상담자의 태도는?

[ 상담Q&A ]

김경 교수 gkim114@swu.ac.kr
2014년 11월 19일(수) 11:54

Q. 저는 교회에서 다문화가정을 돕고 있는 김 집사입니다. 한국인 남편은 현재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고, 아내는 중국에서 이주하여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부부를 돕고 있습니다. 남편은 매우 가정적이고 두 딸과 사이가 매우 가까우나 아내는 지나치게 통제가 심해 모두와 갈등관계에 있습니다. 부부관계의 개선을 위해 어떻게 도와야 할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A. 우리 한국사회도 점점 다문화사회로 변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교회에서 다문화가정을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선교사역이라 생각됩니다. 아흔 아홉 마리의 안전한 양을 두고 한 마리의 길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는 선한목자의 은유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사역의 초점을 길 잃어버린 영혼들에 우선적으로 맞추신 것을 복음서에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문화가정이라고 해서 모두 길 잃어버린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이 경험하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과 독특한 가족관계의 어려움이 무시되거나 거부될 때, 다수의 대중문화 속에 그들은 길 잃어버린 양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이경남 차장/knlee@pckworld.com
이 부부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보다는, 이들의 주관적인 경험을 구체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Paul Pruyser라는 의사는 환자들을 돕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단(영어로 diagnosis)이라고 수련중인 의사들에게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진단이라는 말은 '철저히 이해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효과적인 도움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아주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가 있는데, 정확한 이해 없이 처방전을 잘 못 내리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이해를 위해서는 상담심리에서 사용하는 공감이라는 능력이 돕는 자에게 요구됩니다. 공감이란 상대방이 세상과 자기를 해석하는 내적인 기준(준거의 틀) 안으로 들어가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같은 문화에서 자란 관계에서도 이것이 쉽지 않은데, 김 집사님께서 돕고 계신 부부의 경우와 같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신 분들의 내적인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돕는 분이 한국문화적 가치 및 자신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유보하고 이 분들의 내부의 준거의 틀 안으로 들어가야 그 경험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이주한 부인의 문화에서는 남편에 대한 기대가 무엇이며, 아이를 주로 양육하는 책임을 맡은 아내에 대한 문화적 기대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분들이 성장 해 오면서 가족을 통해 형성한 가치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겠지요. 이러한 탐색을 하다보면 부부 사이에 가치관이라든지,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든지, 자녀양육에 대한 가치라든지, 서로에 대한 기대 등이 많이 다름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담사로서 김 집사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남편과 아내가 이러한 차이점을 두려움 없이 표현하고, 서로가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추려는 강요보다는 상대방의 차이들을 이해하고 서로가 합의하여 새로운 부부관계와 가정을 위한 가치들과 규칙들을 정립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곧 예수님께서 자기 비움을 통해 우리에게 제공하신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요? 
 
김경 교수/서울여대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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