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아들 앞에

[ 기고 ] 기독공보를 읽고

김원수 목사
2014년 11월 12일(수) 14:43

 
한국기독공보 2014년 10월 4일자 '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 이유'란 독자투고를 보고 크게 공감하며 필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필자는 이혼을 경험한 목사 아버지! 하나님 없이도 잘 나가던 인생, 유라굴로 광풍에 난파된 인생, 핏 덩어리 세 아들에 발목잡혀 내 맘대로 죽을 수도 없었던 기막힌 인생에게 오직 세 아들을 키우겠다는 믿음의 여인을 보내신 하나님 은혜로 허허벌판에서 10평 짜리 텐트로 코끼리도 앞발뒷발 다 든다는 개척목회를 시작한지 어느새 19년이 흘렀다.
 
IMF 시절 3600장 흙벽돌을 찍어 예배당을 짓고, 너무나 힘들어 연금재단에 연금을 3개월 불입하다 중단한 채 지금은 가입대상의 나이도 넘어버렸다. 이제서야 미자립을 넘어 겨우 자립이 되었다 하나 텐트 목회부터 지금까지 원치도 않는 지역개발로 잘리고 뜯기는 아픔을 겪으며 목회 사역공간의 절대적 필요에 함께 짐을 나누어질 사람들도 없이 7번이나 작고 작은 교회건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가난한 교회는 허울좋은 자립일 뿐 채무로 허리가 휜다. 이젠 여호수아를 세울 준비를 해야하는데 어느 누가 와서 이 무거운 짐을 지랴? 무거운 마음으로 석양을 바라본다.
 
30년전 무신론자 시절, 핏덩어리 아들 셋을 두고 떠나버린 낳아준 엄마가 그리워 홀로 광야를 헤매다 23년만에야 돌아온 큰 아들은 목사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겨우 2년을 함께하고는 지난해 6월 37세로 이 세상을, 부모 곁을 영영 떠나버렸다. 막내 아들은 음악가로의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을 찾고 있고, 둘째 아들은 늦깎이로 신대원을 졸업하고 건강한 교회에서 형 몫까지 감당하려는 듯 열심히 전임 전도사로 사역중이다. 아버지가 목사라서 슬픈 둘째 아들은 깨어진 가정 속에서 아버지가 흘린 눈물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자라 상처가 별이 된 아들이다.
 
상처 많은 목사에게 하나님은 상처 많은 사람들을 붙이신다. 우리교회는 중심 구성원들도 깡불신자에서 신자된 성도, 깨어진 가정의 상처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 믿음으로 사는 성도들이 많다. 상처가 별이 되고 눈물이 비전이 되는 교회이다. 가슴으로 낳은 3명의 아들을 품은 목사 부인와 함께, 오로지 영혼들의 상처를 빨며 달려온 말할 수 없는 눈물의 목회현장에, 채무밖에 물려받을 게 없는 아들이 무슨 대를 이어 영화를 누릴(혹, 누리는 이들도 있어서인지 모르나)일이 있다고 기본권까지 침해를 받아야 하는지 슬프다. 안타까운 영혼들을 부여잡고 억울함인가 은혜인가 황소울음 울며, 도시인듯 시골인듯 섬같은 신도시 모퉁이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천수답(天水畓) 목회를 하며 19년을 견딘 필자는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법이 제정된 교계현실이 기막힐 뿐이다.

그저 채무의 영에 어깨가 눌리는 허울좋은 자립교회로, 이제 겨우 미자립을 면한 자립교회 목사 아들이어서 단지 '세습'이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청빙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슬픈 현실이 목사 아버지를 미안케 한다. "이제 그만!" 하실 그 때 이 상처 많은 영혼들을 누가 여호수아 되어 섬기게 될는지 주님만 아시겠지만 목사의 아들이라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 아버지 목사가 피와 눈물과 땀으로 섬겨온 교회를 섬길 기회조차 막아버린 교계의 현실 또한 눈물이어라.

다만, 내 사랑하는 아들이 하나님의 거룩한 부르심 앞에 '아버지가 목사여서 슬픈 아들'로 사역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상처가 별이 되고, 눈물이 비전되어 많은 영혼을 회복시키는 목사로 살기 바랄 뿐이다.  
 
김원수 목사/일산주님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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