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어주는 '신장이식 릴레이'

[ NGO칼럼 ] NGO칼럼

김동엽 기획실장
2014년 11월 10일(월) 16:34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의 운동회에 다녀온 일이 있다. 예전에 운동회는 1년에 한번 있는 학교의 큰 축제였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은 없고, 조촐한 분위기에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그래도 역시 운동회에서 빠질 수 없는 순서인 릴레이달리기는 흥미진진했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자신이 속한 팀의 승리를 위해서 이전 주자에게서 전달받은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고 열심히 달려 다음주자에게 전달해 주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비록 아들이 속한 팀이 승부에 져서 아쉽기는 했지만 긴장감에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1991년 창립초기부터 신장이식이 필요한 가족들을 위해서 생존시 신장이식 릴레이(가족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혈액형이나 조직형(HLA)이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가족 간에 신장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경우 본부를 찾아오면 가족교환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술 받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1번 주자 생존시 순수신장기증인(사랑으로 대가없이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분)의 시작으로 릴레이가 이어지면 1:1로 기증하는 것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좋은 프로그램이 지난 2011년 6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이 개정된 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등록을 병원으로만 한정하면서 20년간 본부가 해오던 일을 더 이상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당장 2010년 39건이던 국내신장이식릴레이 건수가 2013년 4건으로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본부가 그동안 기증인과 이식인 사이에서 해오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는데 정부에서 이를 매우 소극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도 기사화 된 일인데 20년간 한동네에서 목회를 하며 친구로 지내던 목사님 두 분 중, 한 분이 다른 분을 위해서 신장 하나를 주려고 하자 소속교단이 서로 달라서 친분관계가 의심된다며 정부에서 승인을 거절한 것이다. 물론 조선일보 보도 후 2주 만에 수술승인을 해주었다.

이런 부작용을 미리 염려해서 개정 당시 정부를 설득했지만, 결국 개정안은 통과되었고, 한번 개정이 되고 나니 되돌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 몇 분들에 의해서 19대 국회에 '신장이식 릴레이 프로그램'을 계속 할 수 있는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아직 부정적이다.

사실 정부는 생존시 순수신장기증인들이 대가없이 자신의 생명의 일부를 주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신장기증을 하신 그리스도인들 대다수는 환자에게 신장을 주었다는 생각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에 감격하여 하나님께 생명을 드렸다고 이야기한다. 즉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설득하려고 한다. 이식을 기다리는 2만6천여 환우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식의 기회를 빨리 찾아주기 위해서 모쪼록 관련법이 속히 통과되어 사랑을 이어주는 신장이식릴레이가 계속될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김동엽 기획실장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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