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신자의 외침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이만규 목사
2014년 11월 10일(월) 16:33

이웃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타교단 목사이지만 가깝게 지내는 목사이다. 그런데 나를 깍듯이 선배 대접을 하며 다정하게 지내던 평소의 목소리와는 달리 첫 마디부터 왠지 서먹한 느낌이 드는 전화였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교회에 나왔던 새 신자가 우리 교회로 왔으니 돌려보내 달라"는 전화였다.

그런데 전화 목소리나 태도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어감이 마치 "큰 교회 목사가 우월한 교회시설이나 프로그램을 가지고 이웃 작은 교회 교인들을 빼앗아 간다"는 투였고 졸지에 내가 이웃교회 양도둑질이나 하는 목사처럼 치부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태연하게 그가 누구인지를 묻고 잘 설득해서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알아보니 몇 주 전 자신의 전 교회를 밝히지 않고 등록을 신청한 새교인이 있다고 한다.

우리교회는 교인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소정의 등록절차를 통해 교인을 받아드린다. 등록신청을 하면 먼저 신앙의 기본 소양과 우리교회 목회철학과 비전 등 5주의 훈련을 받게 하고 만남수련회를 거쳐서 우리교회 교인으로서의 의무에 동의를 하면 한가족잔치를 통해 교회의 등록교인이 된다.

이웃교회에서 오는 교인들은 원칙적으로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교인들은 교회 등록에 그리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 교인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어도 20년 넘게 교회에 출석하는 중직자 교인도 있다. 그런데 이번 케이스는 참으로 난감하다. 돌려 보내준다고 약속은 했지만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다. 지난 번 등록을 거부당한 어떤 교인은 "목사님 저도 좋은 교회에서 신앙생활 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항변을 하여서 "당신은 좋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권리도 있지만 집사인 당신은 그 교회를 좋은 교회로 만들 의무도 있다"고 설득하여 돌려 보낸적이 있지만 이번 케이스는 전혀 다르다.

이분은 교회가 아직 생소한 완전 새신자로 지난번처럼 "좋은 교회를 만들 의무가 있으니 돌아가라"고 하기엔 너무 초신자이다. 몇 번 나갔던 전 교회 목사가 자신을 마치 무슨 물건처럼 기득권을 주장하여 "내 것이니 돌려보내라"고 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큰 상처를 받고 실족해버릴지 모른다는 염려를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웃교회 양 도둑질 하는 목사', 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인들을 끌어 모아 교회를 성장 시키려는 성장지상주의에 빠진 목사'로 취급을 받더라도 그의 등록신청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나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그가 다시 돌아가든 안 가든 그냥 내처야 할지 참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남의 문제를 너무 쉽게 말한다. "큰 교회의 횡포니, 지역의 작은 이웃교회를 도울 생각은 않고 자기 배만 채워 대형화로만 치닫는 양심 없는 목사"라고 치부해 버린다. 나 역시 그런 류의 목사로 치부될지 모른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 우리교회는 좋은 교회이고, 나는 정말 좋은 목사인지', '교인들을 향해 좋은 교회를 만드는 교인이 되라고 목에 힘을 줄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우리교회 교인도 이웃 어느 교회로 갔다는 보고가 있는 것을 보면 나 역시 그렇게 좋은 목사는 못되는 것 같다. 교인 수평이동 문제가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교회의 '좋은 교회됨'과 나 자신의 '좋은 목사됨'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한 생명의 소중성 보다 교인 숫자에만 관심을 갖는 목사, 교인을 잘 돌보지는 못하면서 교인의 기득권만 주장하는 목사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만규 목사 / 신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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