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인간 되기, 진솔한 기독교인 되기

[ 상담Q&A ]

김경 교수 gkim114@swu.ac.kr
2014년 11월 04일(화) 15:21

Q.저(수진)는 아빠가 시골에서 자립대상 교회 목회를 하시기 때문에 학창시절 내내 항상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교회 친구들은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어려움 가운데서도 우리 가족의 필요를 채워주신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오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고, 그 이후로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때로는 화가 납니다. 그런데 제가 화를 내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A.화가 나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용한다고 해서 파괴적인 방법으로 표출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방법으로, 그리고 그것을 삶의 변화를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오히려 자기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화를 자신의 내부의 경험으로 인정하기를 원치 않거나 부정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실제적 경험'과 목회자의 자녀로서 '되어야 한다고 믿는 자기' 사이에 큰 불일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우울증이 바로 자신에 대한 불일치의 결과일 것입니다.
 
   
/ 이경남 차장  knlee@pckworld.com
상담자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많은 목회자 자녀들, 그리고 좀 더 넓게는 기독교인들의 자녀들이 공유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목회자의 자녀로 본이 되어야 한다!", "기독교인으로 믿지 않는 자들의 본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는 희생을 해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는 어려움이 있어도 불평해서는 안 된다!" 등의 외부 권위자들로부터 내면화한 이러한 당위적 규범이나 조건부적 가치에 지나치게 맞추어 살아갈 때, 자기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부정하며 살게 되는 것입니다. 수진씨가 학창시절 내내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감정을 목회자의 자녀로 본이 되기 위해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표현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불일치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 중심 상담심리학자 칼 로저는 어린이들이 충분히 기능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무조건적 수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인가를 해야만, 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경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외부로부터 지나친 조건부적 가치에 시달리게 되면 오히려 불일치성의 성격이 발달되어 불안장애, 우울장애, 관계에서 지나친 경계와 방어 등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우리는 외부로부터의 기대와 규범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쟁적 환경에서 과도하게 부과되는 조건부적 가치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 우리 자신 안의 진솔한 경험에 좀 더 존중하고 민감해 짐으로 우리 자신의 내면적인 경험으로부터 단절되지 않을 때, 우리는 보다 진솔한 그리스도인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입니다.

김경 교수 / 서울여대 목회상담학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