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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 ] '아크라 신앙고백' 반포 10주년기념 기고(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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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4일(화) 15:20

'아크라 신앙고백' 반포 10주년기념 기고(下)

정원범 교수
대전신학대학교

# '아크라 신앙고백'의 역사적 배경

'아크라 신앙고백'은 2004년 이전 21년 동안 있었던 여러 회의와 문서들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오랜 기간의 성서연구와 토론에 참여했던 세계개혁교회의 대표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적 문서이다. 우선 1989년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개혁교회연맹 총회의 '지구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는 개혁교회들에게 '전 창조세계와 온 인류, 특히 지구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을 위해 우리 시대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 있는 상황 속에서 제시된 정의를 위한 계약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는 1995년 잠비아 키트웨의 아프리카교회들이 현재의 지구 경제는 나치즘과 인종격리정책(apartheid)에 저항했던 고백교회의 역사적 입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독교 신앙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선언되어야 한다고 세계개혁교회연맹에게 제안했을 때 보다 더 강화되었다. 1997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연맹 제 23차 총회는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야서 58: 6)"는 말씀을 숙고하면서 개혁교회들이 '경제적 불의와 생태학적 파멸에 대하여 헌신적인 인식, 교육, 고백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요구했다. 그 과정은 '경제와 지구 안에서의 정의를 위한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으며, WCC와 루터교세계연맹(LWF)과의 협력 하에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실행되었다. 2003년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개혁교회의 남반구 교회들이 협의회를 가졌고,  2004년에는 런던 코니에서 개혁교회의 남반구, 북반구 교회들이 협의회를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2004년 가나 아크라에서 400명의 개혁교회 대표들이 모여 지구 경제의 불의와 생태학적 파괴에 관한 신앙적 입장을 표명하는 '아크라 신앙고백'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북반구의 일부 교회 대표들의 불편함이 토로되기도 했지만, 남반구 교회들이 현재의 지구 경제 안에서 행해지는 불의에 저항하는 일치된 신앙고백을 만드는 것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개혁교회 대표들에게 도전했던 것이 받아들여져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아크라 신앙고백'은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이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같은 교리적인 고백은 아니지만, 그것은 가난한 자들과 창조세계를 생명의 충만함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생명을 부여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계약을 거부하는 바, 맘모니즘, 소비주의, 투기적 금융시장과 같은 우상숭배를 비판하던 개혁교회전통의 비판정신을 가지고 현재의 잘못된 신자유주의 경제교리를 비판한다.

# '아크라 신앙고백'의 주요 내용

'경제와 지구에서의 정의를 위한 계약맺기'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이 문서는 크게 서론(아크라 신앙고백의 배경), 시대의 징조에 대한 인식, 경제 불의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신앙고백, 정의를 위한 계약 맺기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로, 서론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수백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팔아 억압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엘미나(Elmina)와 케이프 코스트(Cape Coast) 노예무역의 현장을 방문했다는 언급이다. 그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200년 이상 노예무역을 했던 "그들의 신앙이 어떻게 삶과 그렇게 분리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들은 그들에 의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그 고통에서 자신들의 영적인 경험을 분리시킬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들의 신앙은 맹목적이 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는 그런 비극이 있어선 안 된다"는 외침은 오늘날의 지구적 경제구조 속에서 계속되는 인신매매와 경제적 억압을 보면 거짓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로, 이 문서는 이 시대의 징조에 대해 "우리는 전 세계의 고통 받는 민중과 상처받는 창조세계의 탄식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였고, "전 세계의 1%의 부자들의 연간 수입이 57%의 가난한 자의 연간 수입과 맞먹고 있고, 하루에 24000명의 사람들이 빈곤 및 영양실조와 관련하여 죽어가고 있다"고 하였다. 문서는 이런 지구적 위기가 제국의 비도덕적인 경제구조, 즉 신자유주의적 경제세계화에 기인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제국이란 강대국이 자기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하여 구성한 지배구조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군사적 권력의 총체적 집합을 의미한다. 그리고 제국적 세력에 의해 진행되는 신자유주의는 다음과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1) 무한경쟁, 소비주의, 무한 경제성장, 부의 무제한의 축적이 전 세계를 위해 제일 좋은 방안이다. 2) 사유재산권은 사회적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3) 자본 투기, 시장의 자유화와 탈규제화, 공기업과 국가자원의 민영화, 규제 없는 외국자본의 투기와 수입, 낮은 세율, 통제받지 않는 자본의 자유이동 등이 모든 사람의 부를 성취하게 할 것이다. 4) 사회적 의무, 가난한 자와 사회적 약자의 보호, 노조, 사람들의 관계성 등은 경제성장과 자본축적의 과정에 부수적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가난한 자와 창조세계로부터 끊임없는 희생을 강요하며 이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념이며, 부자를 더욱 부하게 만들고 가난한 자를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부와 번영의 이데올로기이다. 문서는 가난한 자를 희생시켜 이루는 이러한 부의 축적 구조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 맘몬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셋째로, 이 문서는 우리 시대의 이러한 도전에 직면하여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을 지적하면서 지구적인 경제정의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과 기독교인으로서의 제자도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이라고 천명한다. 이런 기본 전제를 가지고 이 문서는 모든 피조물에 관한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믿음, 모든 피조물과 맺은 하나님의 계약, 하나님의 은총의 경제와 생명의 경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에 대한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가난한 자와 연약한 자 그리고 모든 피조물들을 생명의 충만함으로부터 배제시킴으로써 그들과 맺으신 하나님의 계약(창 9: 8-12)에 도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거부한다. 또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 시장 구조의 광포한 소비주의와 경쟁적 탐욕과 이기주의의 문화를 거부하며,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많은 부분을 파괴했던 규제받지 않는 부의 축적과 무한 성장을 거부하고, 모든 피조물을 위한 하나님의 선물을 사유화하는 어떤 이념이나 경제체제도 거부한다. 또한 그것은 성, 인종, 계층, 장애자, 계급 등의 영역에서 올바른 관계를 파괴하는 모든 형태의 불의를 거부하며, 가난한 자와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을 선교의 의미에서 제외하는 교회의 가르침과 관행을 거부하고, 교회의 삶에서 정의와 일치를 분리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하며, 하나님의 집에서 경제와 지구의 정의를 위한 지구적 계약을 추구하기로 서약한다고 하였다.
 
아울러 이 문서는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 경제체제로부터 이익을 보고 있는 수혜자 가운데 개혁교회의 가족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들도 현재의 경제체제의 소비주의와 경쟁적 탐욕과 이기주의의 문화에 사로잡혀 있음을 자인하면서 창조세계를 오용한 죄와 창조세계의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죄를 고백했다. 또한 그것은 개혁교회 안의 분열로 인하여 하나님의 선교를 섬기는 능력을 훼손시켰던 죄를 고백하였다.
 
넷째로, 이 문서는 개혁교회들이 상호 연대성과 책임적인 관계성 안에서 신실함의 행위로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로 서약한다고 하였고, 이 계약은 경제와 창조세계 안에서 정의(경제정의와 생태정의)를 위해 함께 일하도록 결속시킨다고 하였다. 그리고 개혁교회는 자신들과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제와 지구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는 일과 생명을 선택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 헌신할 것을 선포한다고 하였다.
 
끝으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내용은 WCRC가 '아크라 신앙고백'을 발표하면서 작성한 '아크라에서 온 편지'의 한 부분이다. 즉, "기독교인으로서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는 것이 경제적 불의와 환경적 파괴에 대한 영적, 실제적 저항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영성의 새로운 깊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악에 저항하는 일에 영적으로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개혁교회는 그 일을 위해 우리의 삶을 하나님의 성령의 능력에 깊이 뿌리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그리스도를 통해 약속된 바와 같이 그것은 우리 삶의 변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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