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지식재산(지적재산)

[ 법창에비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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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4일(화) 14:44

서헌제 장로
중앙대 대학교회

요즘 웬만한 교회는 홈페이지에 교회의 각종 정보와 자료를 게재해 선교와 교육 목적에 활용한다. 교인 간에는 카카오그룹, 밴드와 같은 SNS 공간을 통해 소통하며 믿음의 교제를 나눈다. 또 예배에는 성경과 찬송가 외에도 영상, 음향자료와 같은 저작물을 활용하며, 교회 재정과 교인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러한 저작물이나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나아가서 교회의 명칭까지를 가리켜 '지적재산' 또는 '지식재산'이라고 한다. 지식재산은 눈에 보이는 물적 재산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올 수 없듯이 타인의 지식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민사배상책임은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도 받는다.

그런데 지식재산을 타인의 재산으로 인식하는 정도는 약해 부지불식간에 이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찬양대가 악보를 다량으로 복사해서 쓰거나, 타인의 저작물을 적당히 편집해서 성경세미나 교재를 만들어 교인들에게 실비를 받고 배포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비싼 정품을 구입하기 보다는 불법복제품을 사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교회 홈페이지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정보나 글들을 퍼 와서 그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버젓이 게시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행정체계가 잘 정비된 일부 대형 교회에서는 덜하지만 재정상태가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교회는 사실상 이러한 지식재산 침해문제는 관심 밖의 일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종교적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 행사가 관대했다는 사정도 불법 복제를 조장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사실 선교의 목적상 비록 무단 복제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널리 전파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저작권 행사를 자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 복음성가 작사 작곡가들이 교회의 무단 복제와 사용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교적 종교에 너그러웠던 그동안의 저작권 환경이 최근 들어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소프트웨어 제작자나 음원보유자들의 저작권 주장이 한층 강화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종래 지식재산으로 크게 주목을 끌지 않았던 글꼴에 대한 저작권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저작권 준수가 강화될 경우 현재 각 교회 홈페이지나 주보, 간판 등에서 교회 이름에 사용하는 글꼴(서체)이나 도안 등에 대해서도 모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수도 있다.

이에 더하여 한국교회의 성장과 함께 종교적 저작물 사용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신앙 차원에서 저작권 침해를 적당히 눈감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사용하는 저작물 중에는 미국에서 온 것이 많은데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의 저작권 집행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계 내부에서도 저작권을 종교 윤리적 차원에서 준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식재산 침해는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기독교인의 양심에 위배될 뿐 아니라 위법한 저작물을 가지고 하나님을 찬양하거나 선교활동에 사용하는 것을 결코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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