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없는 '예수교회'

[ 4인4색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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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4일(화) 14:43

조현진
작가ㆍ높은뜻정의교회

 
얼마 전, 한 크리스찬 NGO단체의 25주년 기념식에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다. 설립 이후 이제까지 '떡과 복음'을 사역의 동력으로 삼고 일해 온 곳이었다. 기념식에는 많은 간사들, 후원자들, 홍보대사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전문영역의 재능기부자들이 참석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기념식과, 영상으로 구성된 사업보고를 통해 모인 이들은 25년간 지속돼 온 사역을 함께 확인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단 하나의 생명, 단 한 명의 영혼에 집중하고 있는 선교사들과 사역자들의 수고에 감사했고, '나는 이렇게 편히 살아도 되나'하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다.

사실 이 단체는 근래에 조금 시끄러웠다. 전임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리더십에 대한 혼란을 겪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의 스탭들이 단체를 떠났다는 소식도 들려왔었다. 아직 그 힘든 과정이 모두 마무리 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최근에도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25주년 기념식은 참 아름다웠다. 내부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배고픈 아이들에게 떡을, 맑은 물이 없는 마을에 식수를,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나라에 모기장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선물한다. 그 변함없는 행동이 이 단체가 25년이나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이며, 혼란 속에서도 구성원들을 여전히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는 천사들이 아니라 부족하면서 다양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모아는 곳이다. 그러기에 교회가 여러가지 이유로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혼란은 50년 전에도 똑같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오늘의 한국교회는 힘을 잃고 조롱을 받을까? 그것은 바로 혼란 속에도 교회와 크리스찬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심지가 흐려지고,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NGO단체가 타인을 구제하는 것이라면 교회의 심지는 예수의 사랑과 영향력을 증명하는 것이어야 한다. 건물의 크기, 성도의 숫자, 재정의 부유함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의 사랑과 영향력을 세상에 증명하지 못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개인과 우리교회의 이익의 잣대로 바라보고 해석하다 보니 거리에는 십자가가 넘쳐나지만 예수의 영향력이 나날이 줄어든다. 얼마 전 한 대형교회에 출석하는 친구와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우리교회 목사님은 설교 시간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제껏 단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 그의 말을 듣는데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교인들의 다른 정치적 견해 때문에 그 목사님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으신 것일 거다. 하지만 무수한 어린 생명들을 허망하게 잃은 이 사건을 교회가 아파하지 않으면 누가 아파한단 말인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듯이 단 하나의 작은 희망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예수의 마음이라고 교회가 말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을 향한 예수의 영향력이 아닌 내부 교인들의 호불호에만 집중하는 교회. 그것이 과연 옳을까? 예수교회에는 교인보다 먼저 예수가 있어야 한다. 예수 없는 예수교회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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